본문 바로가기

사담32

다시 달리기! 다시 달리기로 했다. 1여 년만이다. 연초 크게 접질렸던 발목도 여전히 아프고, 무릎도 건강하지는 않지만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다시 뛰어 보기로 했다. 겨울 찬 바람에 뛰니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가 맑아진다. 뛰고 10분 정도는 오들오들 떨다가 뛰는 감각에 익숙해지고 1~2km쯤 뛰다 보면 열이 오른다. 그러다가 내 의지가 아니라 발이 달리는 감각이 오는데, 그때부터는 잡념이 사라지고 개운함이 찾아온다. 방긋방긋 웃어주고 함께 뛰며 응원해 주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복잡하던 것들이 스치는 찬 바람에 다 부서진다. 뭣하러 그런 생각들에 나를 가두었을까. 건강한 쾌락, 지속가능한 도파민. 1년 만에 가도 여전히 웃으며 맞아주는 러닝 크루 사람들이 참 고맙다. 10기 때에 신청해서 꾸준히 하다, 이번 기수는 벌써.. 2023. 11. 21.
내가 이 삶에 와서 삶이라는 그릇에 나라는 자아가 잠시 주어진다. 나는 나를 돌보고, 엄마와 아빠를 돌보고, 동생들을 돌보고, 고양이들도 돌본다. 직장 동료의 불안을 다독여주고, 친구들의 안위를 살피고, 연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얼마전 지영님과 통화를 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있을 시점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챙겨야지. 이 시간에만 할 수 있다. 내가 다시 여유가 사라지면, 다시 시야가 좁아질 시점에는 할 수 없다. 그땐 내가 마음 썼던 누군가가 나를 챙겨줄 거고, 내가 마음 놓고 기댈 수도 있을 것이다. 다정한 씨앗뿌리기라고 이름붙여야지. 많은 파도들에 휩쌓이다보니 오히려 단련된다. 그때는 파도가 나를 덮쳐 내가 사라져버릴 줄만 알았는데 지나고나니 나는 그정도로 약하지 않았고, 이렇게 잘 살.. 2023. 11. 19.
똥강아지 "잘 있었어, 우리 똥강아지들?" 하며 퇴근하고 집 현관을 여는 매일 저녁. 그 문 앞에는 꼬리를 곧게 세운 채로 다가오며 기지개를 쭈욱 켜는 두 고양이가 있다. 나는 내 고양이들을 ‘똥강아지’라 부른다. '아구 이쁘다 우리 똥강아지'라며 자연스럽게 터져나온 애칭에 나도 놀랐었다. 퍼뜩 이 기원을 거슬러가 보니 '똥강아지'는 내가 듣던 애칭이었다. 어릴 적 우리 아빠도 우리 셋을 '똥강아지'라 불렀다. 나는 에잇 똥강아지가 뭐야! 하며 자주 삐졌었고 그걸 또 아빠는 놀렸었다. 원래 고양이의 아기를 부르는 말은 '아깽이'다. 우리 안나와 카레는 4살이라 아깽이는 아니니까, 또 그렇다고 강아지는 더더욱이 아니니까. 고양이는 고양이라고 정확하게 불러줘야지 싶었다. 괜히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더 귀여운데? 하는 .. 2023. 11. 19.
겨울의 이상과 의지 기상 알림을 가볍게 무시하고, 잠깐 눈을 붙이고 뜨면 9시에 근접해있다. 지난 계절보다 특별히 더 힘든 일상을 보내는 것도 아닌데, 몸이 자꾸만 늘어지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침 수영도 안간지 두 달이 되어간다. 이제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서 뭔가를 한다는 게 힘들어진 계절이다. 핑계는 많고 게다가 핑계가 잘 먹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늘어지고 싶지만 게을러지고 싶지 않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우울감이 있다. 그 우울감은 이상과 의지의 차이가 클 수록 커졌었다. 이젠 내 패턴을 내가 안다. 이상을 낮추고, 몸을 조금씩 더 움직이며 나아져야지. 2023. 11. 17.
랜딩 1. 열흘간 다녀온 반짝이던 여름 나라에서 이제야 현실로 돌아온 것 같다. 여름은 가득 차고, 요란하고, 일렁인다.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렸다. 일렁이는 가슴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To do 리스트를 쳐내려 가는 직사각형의 일상이 못내 미웠었다.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으로 3일을 겨우 버티고 또다시 3일간 연휴를 맞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간단히 스트레칭하고, 책을 읽고 일기를 썼다. 창문을 다 여니, 차가운 온도와 후두둑 가을 빗소리가 들린다. 이제야 가을이란 계절을 받아들인다.2. 처음 걸려본 장염이 다 나은 오늘, 가장 좋아하는 비건 음식점에서 랩을 포장해 와서 먹었다. 건강 때문에 끊었던 커피도 반년만에 직접 내려서 마셨다. 구석에 넣어두었던 포트, 전자저울, 그라인더를 꼼.. 2023. 10. 9.
꼼꼼하고 촘촘한 8월 수액까지 맞아가며 보낸 8월이었다. 어느새 8월의 마지막 주의 시작이다. 가장 뜨거웠던 여름에 맞춰 같이 칼춤을 춘 한 달이었다. 지지 않겠노라며. 이 외에도 참 많은 만남과 즐거운 일들이 있었다. 꽉 채워 놓다보니, 아 이제 놀 거 다 놀았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아마 이 지친 마음조차 겨울내내 그리워할 추억이겠지. 이내 다시 뜨거운 태양에 땀을 흘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너무 더웠고 체력이 고갈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무거운 습기로 잔머리가 곱슬해지고 흐르는 땀에 화장이 다 지워지고 밤에도 이어지는 더위에 잠 못이뤄는 여름이 좋다. 8월 6일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정말 너무 뜨거워서 죽을 뻔했던 인천 락페. 친구들과 연인과 같이 갔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 8월 19일 흠뻑쇼 대구 삼남매가 다녀온.. 2023.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