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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34

영하의 4월 토독토독, 12층의 높은 건물의 창가에서도, 1층 빌라의 창가에서도 빗소리는 같다. 벚꽃이 만발하고 사람들의 표정에서 개운함이 보이며 이제야 좀 따뜻해지려나 싶더니 영하의 날씨가 갑자기 찾아왔다. 날씨의 변덕이 점점 심해진다.한의학 치료를 받은 지 한 달 반정도 지났다. 거진 8년을 고생 중인 PMS 증후군이 워낙 심해, 한의원을 찾았었다. 양의학으로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해보았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1여년을 살았다. 그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매달 10일을 이렇게 아픈 게, 말이 돼? 이렇게 앞으로도 살아야 한다고? 그래서 예전에 얼핏 들었던 '생리통 한약'이 떠올랐고 찾고 찾았다.그러다 만난 지금 다니는 한의원은, 내게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미 처음 만남부터 나는 선생님 앞에서 보호자.. 2025. 4. 14.
별 같은 그대 눈빛 남산은 지금이 단풍이 예쁘다. 가을이 너무 늦게 찾아왔고, 겨울도 오려다가 주춤하는 날씨다.내가 몸으로 배워온 사계절이 이상해졌다. 내 몸 편하고자 너를 괴롭혀서겠지. 너는 참고 참다가 더는 안되겠다 싶어 소리를 내는 중인거지. 내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동네에 이런 멋쟁이 바가 있다는 건 자랑스러워해도 되지 않겠습니까?힐스 앤 유로파 처음 갔을땐 최호섭 스페셜이었다가, 밤이 깊어지니 약간의 힙합이 가미되기 시작. 디제잉 훌륭해요-새 발매 유재하 노래.여행 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그렇죠, 맞는데요, 가끔은 맞다는 걸 인정하는 걸 싫어서 조금은 들썩 해봐고 되지 않을까요. 그래야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거든요. 2024. 11. 11.
위로하는 밤 취했던 날이었다. 새콤한 화이트 와인과 Dst.club이라는 매력적인 공간, 소금의 현대예술 같은 음악과 목소리와 행복해를 연신 외치는 사랑스러운 친구. 책 얘기도 했다가, 아픔도 얘기했다가, 다시 웃었다가, 시시콜콜한 남자얘기도 했다가. 3주 만에 술을 마시는데, 참 들뜨기에 적당한 토요일 저녁이었다. 처음 만나 짧게 말을 나눈 사람들도, 기분도 모두 좋았고, 오랜만에 들뜨는 이 상황 자체에 취했다. 요즘은 내가 가진 우울함이 다른 사람에게 퍼질까봐 되도록 혼자서 고양이들과 시간만 보내고 있는 편이었다. 전쟁에 패배한 무사처럼 주눅 들고 무력해졌고, 바보를 만들어주는 약 기운 덕에 의지를 갖고 무언가 새롭게 할 의욕도 없기도 하고. 번뇌에 휩싸이기보다 바보가 되는 걸 하고 싶었으니 일종의 휴식기라고 생.. 2024. 3. 24.
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에너지 2주만에 다시 정신의학과를 찾아서 약을 증량했다. 처음 약에 어느정도 적응하고 나니, 다시 심장이 두근두근거려 집중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상담에서 얘기했더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비슷한 증상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끊이질 않고 그 날의 기억이 되풀이되고 그것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며, 집중하기가 힘든, 무기력하고 우울감이 동반되는. 몸이 아프지도 않고 지나치게 피곤하지도 않았다. 주말에는 푹 쉬었고 일요일에는 집에만 은거하며 먹고 자며 누워지냈다. 마음이 많이 지쳐 어떤 것에도 의욕이 나지 않는다. 그냥 좋고 재밌는 것 보면서, 맛있는 거 먹으며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제야 알겠다. 많은 상황을 고려하고 배려해 한 치 걱정없이 일을 수행한다는 게 참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거구나. 연차를 쓰기.. 2024. 3. 20.
잊는 약 저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상담 치료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생각이 끊이질 않고 불안한 감정을 멈출 수가 없어요. 처음 찾은 정신의학과의 진료실에서 내 증상을 줄줄이 쏟아내었다. 차분한 회색 니트를 입은 50대 중반의 남자 의사는 간간히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면서 내 증상을 진료 노트에 적어내려 갔다. 이별 얘기를 할 때는 눈물이 터지기도 했다. 몇 가지 간단한 시험지를 작성하고, 어느정도 기질적으로도 강박 장애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약을 요청했다. 이별에서 온 스트레스로 잠이 오지 않고, 그날의 기억으로 너무 괴로웠기 때문에,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멈추고 싶었다. 헤어지고 쓴 첫 글에서 선언했거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너의 자리를 메우리라고. 6개월을 꾸준.. 2024. 3. 11.
분열되고 섞이는 아침에 깨서 곧바로 글을 쓴다. 올겨울의 마지막 꽃샘추위가 찾아왔던 지난밤, 난 또 잠에 들지 못할까 무서웠었다. 새벽에 한 번 카레가 깨웠지만 다행히 거의 깨지 않고 푹 잤다. 그 전날에 거의 자지 못해 쌓인 잠이었다. 눈보다 먼저 의식이 퍼뜩 떠졌다. 생각이 몰려왔다. 깨서 생각이 몰려온 건지, 생각이 잠을 깨운 건지는 모르겠다. 그저께 저녁 정성스러웠던 네 거짓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장정 세 달 동안 눈물을 뚝뚝 쏟으며 되뇌었던 대단했던 다짐들이 연이어 생각났다. 가장 최근 눈물의 다짐은 3주 전이었었지. 하 씨, 오늘 새벽도 이렇게 잠을 못 자려나 싶어서 심호흡하며 명상을 시도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고통스럽게 멈추지 않는 기억에 집어삼켜질 즈음에 이럴 바에 그냥 일어나지, 싶어 눈을 떴고 핸드.. 2024.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