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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4

24년 1분기 콘텐츠 결산 콘텐츠를 꽤 많이 보는 편이다. 평소 유투브는 거의 보지 않고, 릴스나 숏츠 소비에도 큰 흥미가 없다. 숏폼 소비는 일주일에 총 1시간 정도 되려나.. 요즘엔 더 준 것같다. 그 시간에 잠시 졸기를 선택하는 편. 또 꽤나 스토리를 좋아하다보니 밀도있는 영화와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독립, 예술 영화를 즐겨보고 그 감독의 세계관을 이어가보는 것이 요즘 새로운 재미이다. 예전엔 책을 읽으며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파보는 것이 재밌었는데, 영화에서도 그런 재미를 느껴가고 있다. 최근 좋은 영화들이 참 많은 것같다. 사실 영화의 이야기는 텍스트 기반이다. 각본집이나 시나리오 등 뿐 아니라, 이야기라는 것은 책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술술 넘겨봤던 나로선 좀 어렵다는 영화의 이야기가 그리 어렵진 않다... 2024. 3. 31.
<걸어도 걸어도> 서늘한 받아들여짐 내일 볼 영화 을 앞두고 이동진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그의 또 다른 영화 를 보았다. 예전에 봤는 줄 알았는데 전혀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아마 ‘고로에다 히로카즈’를 소비하기 위해 보았던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만 보면 가족들이 복닥복닥 모여있는 모습이 정겹고 다정한 영화일 거라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고로에다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주 날카로운 칼로 깊은 곳을 푹 찌르되, 피 한 방울 나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다. 서늘했다. 우리는 가장 가깝다고 하지만 가장 많은 것을 숨기고, 하지만 가장 많이 들켜서 서로 상처를 주고, 모든 걸 알고 있는 듯이 굴지만 그의 이면을 마주치면 감당하기 힘들어하고, 너무 당연한 듯 ‘나중에’라고 말하지만 항상 한 발짝 늦는다. '우리'는 가족이다. ‘사랑스럽다’라.. 2023. 12. 10.
<너와 나> 산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 1. 영화 내내 사랑이 아닌 것이 없었다. 빙수에서 떡을 더 먹었다고 이기적이라며 말다툼을 하는 친구들도, 국수를 이상하게 말아먹으며 툴툴거리는 엄마와 딸의 사이, 진식이라 이름 붙인 잃어버린 강아지를 주인에게 찾아주는 용기, 찾아온 강아지를 잘 왔다고 쓰다듬는 주인의 손길, 자기 전 딸과 장난 한 번 더 쳐보고 싶어서 침대로 찾아갔다 쫓겨나기 일쑤인 아빠. 언니의 방에서 매일 기다렸다가 언니가 드디어 부르면 삑-하고 대답하는 앵무새 조이. 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랑이 생각났다. 그것들 없이 살 수없고, 나도 그들을 살게 한다. 수많은 사랑들 사이에서 세미와 하은이는 첫사랑을 한다.나는 네가 너무 좋은데,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말은 서툰 사랑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터져 나오는 사랑스러운.. 2023. 11. 26.
뜨거운 여름밤, 라빠르망 96년도 프랑스 영화, 을 별빛영화제에서 틀어준다하여 예매했다. 목적은 별빛영화제였고, 어떤 영화인지 예매하면서는 전혀 몰랐다. 직접 관람하기 전까지도 모니카 벨루치의 아름다운 시절의 로맨스 영화라고만 생각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동생과 서로 입을 떡 벌린채로 눈이 마주치며 '엉망이다'라는 무성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 이렇게 몰입감있게 엉망친장일 수가 있나. 아마 이토록 강렬한 몰입은 영화의 모든 캐릭터가 하던 자신만의 몰입에 이입이 되어서였을 것이다. 라빠르망의 캐릭터들이 하는 사랑은 휘몰아친다. 막스는 리사에게 첫 눈에 반해 3일을 스토킹하고, 2년만에 만난 그녀 몰래 호텔과 집에 침입해 그녀의 흔적을 찾아헤맨다. 털 한오라기라도 찾기 위해. 이런 상황을 범죄 프레임으로 보기 시작하면 영화가 재미없다.. 2023. 7. 30.
빼앗고 싶은 빛나는 젊은 아빠, <애프터썬> 오랜만에 약속없는 고요한 금요일 밤. 마지막 맥주 한 캔 마시며 오랫동안 품고있던 을 틀었다. 여름의 한 중간, 반짝이는 여름날의 캠코더의 모든 장면은 매번 여름이 오면 내 향수인마냥 떠오를 것 같다. 풍덩, 수영장과 바다로 뛰어들었을 때 시원하기보다 아득한 노란 빛의 온도만큼 높게 느껴졌다. 에무시네마 별빛영화제에서 꼭 다시 보고싶다. 모기와 씨름하는 여름밤도 후덥지근 하던 튀르키에의 풍경 앞에서 다 반짝거리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만 같다. 저번주에 본 엘리멘탈에서 쭉 이어지는 감정이 있었다. 부성애. 내 생애에서 부성이란 없는 것이었어서 ‘부성애’라는 단어는 어디선가 읽기만 했지, 직접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사용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이제 처음 알게 되었다. 소피가 아빠에게 힘껏 안겨 춤을 추는 장.. 2023. 7. 22.
낮에 떠난 그녀대신 감당하는 쓸쓸함.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홍상수 영화는 이상하다. 2시간 동안 무난무난한 영화를 보고 있을 땐 의식의 흐름대로 프레임을 따라가다가,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머리가 복잡해진다. 분명 그 전엔 졸다가, 웃었다가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질적인 캐릭터, 행동들,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일상처럼 담아내는 게 그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희(김민희)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한 캐릭터다. 툭툭 내밷는 말투가 참 특이하다. 반응은 꼭 반 박자가 늦고 질문은 너무 뜬금없다.영희는 배우다. 영화감독과 바람피다가 너무 힘들어서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서 잊고자 한다. 벌써 감이 온다. 같이 보던 관객들이 피식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그냥 자기 얘기 아냐?’. 홍상수 감독은 절대 자전적인 내용이 아니.. 2017.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