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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디벗구디, 우지원, 예술 내 세계가 또 조금 넓어진 것 같다. 예술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내가 이걸 누릴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온갖 것들을 온몸으로 받아내어 그것을 아름답게 돌려주는 이들이 있어, 그 덕에 또 살아간다. 홍대입구역은 거진 3년 만이었다. 언뜻 봐도 연령대가 참 달랐다. 내 시듦이 티가 날까 봐 서둘러 장소로 이동했다. 이젠 쉽게 나이 탓을 해버리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겁이 많아지기보단 현상과 감각에 초연해지고 무심해지는 건 분명 사실이다. 아, 사실 겁이 많아지는 것이 맞다. 상처의 경험으로 단련해서 적절한 거리감을 두게 되고 벽을 쌓게 되면서 이제는 막무가내로 몸을 던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 상처받기가 싫으니까. 나이가 들어도 사람은 여리고, 연기만 늘어갈 뿐이다. 우지원 님의 라디오 올디벗구디가 .. 2024. 4. 6.
24년 1분기 콘텐츠 결산 콘텐츠를 꽤 많이 보는 편이다. 평소 유투브는 거의 보지 않고, 릴스나 숏츠 소비에도 큰 흥미가 없다. 숏폼 소비는 일주일에 총 1시간 정도 되려나.. 요즘엔 더 준 것같다. 그 시간에 잠시 졸기를 선택하는 편. 또 꽤나 스토리를 좋아하다보니 밀도있는 영화와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독립, 예술 영화를 즐겨보고 그 감독의 세계관을 이어가보는 것이 요즘 새로운 재미이다. 예전엔 책을 읽으며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파보는 것이 재밌었는데, 영화에서도 그런 재미를 느껴가고 있다. 최근 좋은 영화들이 참 많은 것같다. 사실 영화의 이야기는 텍스트 기반이다. 각본집이나 시나리오 등 뿐 아니라, 이야기라는 것은 책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술술 넘겨봤던 나로선 좀 어렵다는 영화의 이야기가 그리 어렵진 않다... 2024. 3. 31.
기록한 책들. 구의 증명,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여름의 빌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두꺼운데 재밌게 읽었다. 소재도 글도 참 이미지적이고 극적이라 영화로 만들기에 좋겠다 생각을 했는데, 영화화 확정 기사만 있고 그 뒤로 진전 소식은 전혀 없었다. 여러 이유로 무산되었나보다. 그 시점에 영화화되었다면 좋았을텐데, 지금 다시 만들게 되면 아마 현 시대와 어울리기에는 여러 각색이 필요할 듯싶다. 가 생각날만큼 무척 서정적이나 지극히 남성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의 한국 버전같았다. 다른 점은 여자 주인공이 '지독히 못생겼다'는 점이고, 같은 점은 그런 섬세한 '뮤즈'인 여성을 통해 남성이 그리움이 사무치다 성장한다는 지점이다. 뭐 어떤가, 예전엔 그런 남성들의 서사가 참 불쾌했는데, 요즘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들은 참 지독히도 성장못했구나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 2024. 3. 25.
위로하는 밤 취했던 날이었다. 새콤한 화이트 와인과 Dst.club이라는 매력적인 공간, 소금의 현대예술 같은 음악과 목소리와 행복해를 연신 외치는 사랑스러운 친구. 책 얘기도 했다가, 아픔도 얘기했다가, 다시 웃었다가, 시시콜콜한 남자얘기도 했다가. 3주 만에 술을 마시는데, 참 들뜨기에 적당한 토요일 저녁이었다. 처음 만나 짧게 말을 나눈 사람들도, 기분도 모두 좋았고, 오랜만에 들뜨는 이 상황 자체에 취했다. 요즘은 내가 가진 우울함이 다른 사람에게 퍼질까봐 되도록 혼자서 고양이들과 시간만 보내고 있는 편이었다. 전쟁에 패배한 무사처럼 주눅 들고 무력해졌고, 바보를 만들어주는 약 기운 덕에 의지를 갖고 무언가 새롭게 할 의욕도 없기도 하고. 번뇌에 휩싸이기보다 바보가 되는 걸 하고 싶었으니 일종의 휴식기라고 생.. 2024. 3. 24.
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에너지 2주만에 다시 정신의학과를 찾아서 약을 증량했다. 처음 약에 어느정도 적응하고 나니, 다시 심장이 두근두근거려 집중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상담에서 얘기했더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비슷한 증상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끊이질 않고 그 날의 기억이 되풀이되고 그것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며, 집중하기가 힘든, 무기력하고 우울감이 동반되는. 몸이 아프지도 않고 지나치게 피곤하지도 않았다. 주말에는 푹 쉬었고 일요일에는 집에만 은거하며 먹고 자며 누워지냈다. 마음이 많이 지쳐 어떤 것에도 의욕이 나지 않는다. 그냥 좋고 재밌는 것 보면서, 맛있는 거 먹으며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제야 알겠다. 많은 상황을 고려하고 배려해 한 치 걱정없이 일을 수행한다는 게 참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거구나. 연차를 쓰기.. 2024. 3. 20.
잊는 약 저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상담 치료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생각이 끊이질 않고 불안한 감정을 멈출 수가 없어요. 처음 찾은 정신의학과의 진료실에서 내 증상을 줄줄이 쏟아내었다. 차분한 회색 니트를 입은 50대 중반의 남자 의사는 간간히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면서 내 증상을 진료 노트에 적어내려 갔다. 이별 얘기를 할 때는 눈물이 터지기도 했다. 몇 가지 간단한 시험지를 작성하고, 어느정도 기질적으로도 강박 장애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약을 요청했다. 이별에서 온 스트레스로 잠이 오지 않고, 그날의 기억으로 너무 괴로웠기 때문에,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멈추고 싶었다. 헤어지고 쓴 첫 글에서 선언했거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너의 자리를 메우리라고. 6개월을 꾸준.. 2024.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