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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압박 주말 밤이 꽤 소란스러웠다.영화 모임을 하고, 뒷풀이에서 또 영화와 책, 배우, 야구, 음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취미와 개념과 관념들의 향연.'어떤 책을, 작가를, 영화를, 감독을, 음악을 좋아해요?'그런 것들을 추구하고 갖고싶고 노력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꽤나 간절하고 안쓰럽게.많은 인풋으로 인해, 또 아웃풋을 내야한다는 압박과 긴장으로 인해 소음으로 메워진 밤이었다. 그래서인지 피곤이 몸을 누르는데도 쉬이 잠들지 못하고 급하게 교보 문고에서 책을 여러권 샀다. 자아를 잃을 것 같은 불안에서 우러난 행동이덨다. 나도 이 정돈 읽어! 보여줄거야! 우습고도 절박한 손놀림. 하루 지나고 보니 안쓰러운 불안감이다. 무얼 샀는지 기억도 잘 안나고 책을 10만원 치 충동 구매를 했다. 나는 얼마나 .. 2025. 8. 20.
무의미와 공존하는 <삶의 발명>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우리는 발명가가 되어야만 한다2025. 1 지겹다. 기어코 올 겨울에도 뱉어버렸다. 늦게 퇴근하고 돌아오는 금요일 밤, 공기는 여전히 차가운 1월 중순, 패딩 속에 얼굴을 파묻고선. 매 겨울이면 감기처럼 지나가는 경미한 우울감이 있다. 그리고 무기력 고개를 넘으면 무의미 골짜기가 꼭 있었다. 올 겨울엔 시국의 거대한 태풍을 만나서 없으려나 했더니, 너는 부지런히 또 왔구나.우선 재미가 없어진다. 어떤 재미냐고 하면, 그냥 전부다. 돈 버는 것, 친구 만나는 것, 영화 보는 것, 책 읽는 것, 운동하는 것, 걷는 것, 누워 있는 것, 커피 내리는 것, 글 쓰는 것, 앉아 있는 것 등등…불안감이 높은 나는, 관성과 의무가 나를 움직이도록 일을 꾸민다. 매일 영어 단어를 외우고, 매일 책을.. 2025. 8. 20.
달리는 두 소녀 <말없는 소녀>와 <이사> 달리는 두 소녀를 보았다.어른들의 문제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어른들의 답을 알기 위해 달리는 소녀가 나오는 영화를 두 편 보았다.영화 마지막에 소녀들이 내뱉는 한 마디, 코오트의 Daddy, 렌코의 오메데토.서글펐다가 조마조마했다가 안쓰러웠던 내 감정을 다 어루만져 준다. 결국 이 한 마디를 위해 영화의 러닝 타임이, 소녀들이 달렸다. 콤 베어리드자신을 돌보지 않던 부모를 잠시 떠나 친척집에 맡겨진 코오트. 그들은 한 땀 한 땀 시간을 내어 함께 마구간을 쓸고 잼을 만든다. 코오트는 처음 겪는다.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구나.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있었구나.그리고 그들을 위해 할 일은 단 하나, 열심히 달려 우체통으로 가 배달된 편지를 가져다주는 것. 그리고 쓰다듬을 받는 것. 자신이 ‘이곳’에 있는 .. 2025. 8. 20.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서로를 비추는 빛 외로운 각자가 지닌 빛이 서로를 비출 때 두 번째 보았다. 우연히 24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취소표가 생겨 보았던 이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서 그 해를 회고하며 베스트 영화 리스트에 올렸더랬다. 당시 중간에 졸아서 못 봤던 장면도 보고, 끝나고 진행된 좋아하는 김겨울 작가와 이은선 기자의 씨네토크까지 보고 나니 영화가 더 좋아졌다. 아 아름답다 아름다워. 제목도 어쩜 All We Imagine As Light 인지.은 세 여자의 우정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고, 그 우정을 만들기도 하며 방해하기도 하는 대도시를 조망한다. 인도의 수도 뭄바이의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으로 시작해 시골 해변가의 포장마차의 빛으로 끝난다. 대도시의 혼잡스러운 배경 위에 익명의 뭄바이 시민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고요한 야경.. 2025. 8. 20.
<해피 엔드> 우리는 달라지고 싶지 않았다 달라지기 위해 달려가는 우정. 사람은 언제 변하나. 네오 소라 감독의 를 보면서 ‘뭐 하냐, 술 먹자’하고 불렀었던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 시절로 충분했었지만 그럼에도 그리운 그때와 그 친구들. 지금도 전화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지만 그때의 우리는 영원히 지나갔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집에 오는 버스에서 제일 오래된 내 친구에게 전화했다. ‘엄마, 뭐 해’.노동절인 내일 쉰다는 나와 일을 하러 간다는 엄마, 서울에 사는 나와 부산에 사는 엄마. 우리는 언제 볼까,라는 약속을 잡다가 조기 대선 이야기가 나왔다. 엄마는 뽑을 사람이 없어서 큰일이라며 이야기했고 나는 뻔하지 않냐고 얘기했다. 의견이 달랐다. 순간 나와 의견이 다른 내 친구가 미웠다. 공허함을 지워 연결되고 싶어 .. 2025. 8. 20.
영하의 4월 토독토독, 12층의 높은 건물의 창가에서도, 1층 빌라의 창가에서도 빗소리는 같다. 벚꽃이 만발하고 사람들의 표정에서 개운함이 보이며 이제야 좀 따뜻해지려나 싶더니 영하의 날씨가 갑자기 찾아왔다. 날씨의 변덕이 점점 심해진다.한의학 치료를 받은 지 한 달 반정도 지났다. 거진 8년을 고생 중인 PMS 증후군이 워낙 심해, 한의원을 찾았었다. 양의학으로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해보았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1여년을 살았다. 그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매달 10일을 이렇게 아픈 게, 말이 돼? 이렇게 앞으로도 살아야 한다고? 그래서 예전에 얼핏 들었던 '생리통 한약'이 떠올랐고 찾고 찾았다.그러다 만난 지금 다니는 한의원은, 내게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미 처음 만남부터 나는 선생님 앞에서 보호자.. 2025. 4. 14.
아니 에르노 <사건> 사랑과 쾌락을 누리며, 내 육체가 남자들의 육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바로 그 순간 나는 내 안에서 내 엄마를 지웠다.어떤 일이든 간에,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그리고 이런 경험의 진술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나 또한 여성들의 현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데 기여하는 셈이며, 이 세상에서 남성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다.그저 사건이 내게 닥쳤기에, 나는 그것을 이야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내 삶의 진정한 목표가 있다면 아마도 이것뿐이리라. 나의 육체와 감각 그리고 사고가 글쓰기가 되는 것, 말하자면 내 존재가 완벽하게 타인의 생각과 삶에 용해되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무엇인가가 되는 것이다.  세 달간 .. 2024. 12. 1.
별 같은 그대 눈빛 남산은 지금이 단풍이 예쁘다. 가을이 너무 늦게 찾아왔고, 겨울도 오려다가 주춤하는 날씨다.내가 몸으로 배워온 사계절이 이상해졌다. 내 몸 편하고자 너를 괴롭혀서겠지. 너는 참고 참다가 더는 안되겠다 싶어 소리를 내는 중인거지. 내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동네에 이런 멋쟁이 바가 있다는 건 자랑스러워해도 되지 않겠습니까?힐스 앤 유로파 처음 갔을땐 최호섭 스페셜이었다가, 밤이 깊어지니 약간의 힙합이 가미되기 시작. 디제잉 훌륭해요-새 발매 유재하 노래.여행 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그렇죠, 맞는데요, 가끔은 맞다는 걸 인정하는 걸 싫어서 조금은 들썩 해봐고 되지 않을까요. 그래야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거든요. 2024. 11. 11.
가을 냄새가 서둘러 가셨다 길고 긴 여름이었다.나는 여름을 참 좋아하는데 올해 여름은 달갑지 않았다. 겨울에 종종 하던 생각이 올 여름에 떠올랐다. 참 지독하다고, 참 지겹다고.여름이어서가 아니다. 더워서도 아니고. 내 건강이 좋지 않았다. 활기찬 여름을 보내기에 내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심했고, 술로 해결하려 했으나 즐거움은 잠시였다.몸 곳곳이 아파져와서 치료하고 요양하느라 시간을 대부분 썼다. 몸이 아픈데 정신이 멀쩡할 리 없다. 이럴 때마다 다시금 깨닫는다. 몸이 먼저다. 정신력은 건강한 신체에서 온다.건강하려면 스트레스가 적어야 한다. 내 스트레스는 대부분 회사의 불안정함때문이었다. 그래서 퇴사고자 했다. 회사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내게 부담되고 내 의욕을 잃게만 만들었다.3년을 다닌 회사를 퇴사하겠다고 상사.. 2024.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