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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나> 산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

by Summer_bom 2023. 11. 26.

1. 영화 내내 사랑이 아닌 것이 없었다.
빙수에서 떡을 더 먹었다고 이기적이라며 말다툼을 하는 친구들도, 국수를 이상하게 말아먹으며 툴툴거리는 엄마와 딸의 사이, 진식이라 이름 붙인 잃어버린 강아지를 주인에게 찾아주는 용기, 찾아온 강아지를 잘 왔다고 쓰다듬는 주인의 손길, 자기 전 딸과 장난 한 번 더 쳐보고 싶어서 침대로 찾아갔다 쫓겨나기 일쑤인 아빠. 언니의 방에서 매일 기다렸다가 언니가 드디어 부르면 삑-하고 대답하는 앵무새 조이.
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랑이 생각났다. 그것들 없이 살 수없고, 나도 그들을 살게 한다.
수많은 사랑들 사이에서 세미와 하은이는 첫사랑을 한다.

나는 네가 너무 좋은데,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라는 말은 서툰 사랑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터져 나오는 사랑스러운 고백이다. 나의 첫사랑도 생각났다. 나의 이기적임, 나의 욕심, 내가 해석한 너를 미워해놓고는 아닌 척 으스대는 마음. 지금이라고 능숙해졌는가 하면, 아니. 조금 더 빠르게 깨닫거나 사과를 할 줄 알게 되었을 뿐 여전히 서툴다.


2. 고등학생, 수학여행, 제주도라는 단어만으로도 우리에겐 푹 찔리는 아픈 방이 있다. 그런 아픔을 가지고, 이젠 이렇게 따뜻한 영화도 나온다. 아픔을 대하고 치유하는 방법은 모두가 다르다. 모든 반짝이는 순간들 사이, 자꾸만 죽음이 아른거린다.
너무 따뜻해서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 영화는 풍미가 다양하다. 내게 첫맛은 ‘사랑’이었고, 중간 맛은 ‘슬픔’이었으며, 끝 맛은 ‘아림’이다. 영화 속 단 하루에 속해있는 너희들의 설렘, 미움, 짜증, 사랑, 부풀려진 모든 감정들을 종말을 아는 시선으로 보며 눈물을 몇 번이나 훔쳤다.
모든 것들이 묵직하게 내려앉아서 영화가 끝나고도 영화관을 떠나지 못하고, 이렇게 카페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3. 보는 내내 음악이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혁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빛을 뚫고 들어오는 필터가 장면에 의미를 더하고, 그 분위기에 한껏 몰입하도록 음악이 깔린다. 꿈같은, 꿈이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법들이 모두 조화로웠다.
 
좋았던 영화 리뷰
《너와 나》 사랑한다는 말, 나를 살게 하는 그 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본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나중에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 너의 장례식은 언제나 나의 장례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