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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향기> 한병철 : 느긋함은 잃어버린 것일까. 한가로울 능력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나태의 징표다. (…) 한가로움은 기분전환이 아니라 집중을 돕는다. 내가 한병철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는 완벽한 음모론자가 아닐까. 2014년 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았다.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그의 말에서 비판하는 힘의 원천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보고, 우울해질 줄 알았는데 나는 더 에너지를 얻었다. 더 기대가 됐다. 는 대충 어떤 내용을 말하리라 예상이 되었다. 우리는 ‘느긋함’과 ‘머무름’을 잃었고,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세세하게 파헤친다. 이렇게 집중도, 밀도있게 우리의 직접적인 일상을 파헤쳐서 민낯을 고하는 글은 보기 힘들었다. ‘머무름’을 잃고, 난 그로 인해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도, 나의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 2016. 9. 13.
<데미안> 헤르만 헤세: 선과 악, 그리고 아름다움을 위한 시도 그 길이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나요? 곧바로 니체가 떠올랐고, 와 겹쳐졌다.나는 어쩔 수 없이 ‘부정하는 것들’에게 끌리나보다. 이건 타고남일까 환경탓일까 생각해보면 타고남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반항과 부정으로 세상을 이해해왔다. 그리고 속의 싱클레어도 그렇게 성장한다. 한 인간의 성장기가 아니라 그 시대의 성장기라고 보여졌다. 1차 세계대전 속에서 치뤄진 헤르만 헤세의 그 나름의 치열한 고독과 사색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나는 책이 미완성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완결’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이제 막 그 사람의 생각을 맛보고 있는데 소설이 끝난 느낌. 작가와 대화하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린 떨어진 시공간에 있지만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또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것의 연속이었다. 그.. 2016. 9. 13.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 그 남자의 인간적이지 않은 시간. 사실은 다른 책을 읽으러 갔는데,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묘한 의무감에 읽기 시작했다. 앉아서 곧바로 1시간 반만에 다 읽었다. 단순하게 읽으려고 했는데 작가의 고민과 나름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어서, 함께 토론하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이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말하는 초반 장면부터 작가의 생각의 범위가 넓고 또한 깊이가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관념을 소설 자체로 풀어냈다는 것에 놀라웠다. 소설 전체가 주인공 같았고, 작품이었다. 금방 읽을 수 있고,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아서 함께 읽고 이야기한다면 좋을 것 같다. 오히려 이야기하면서 느낌이 풍부해질 것 같은??.. 남성성이든지 여성성이라든지 말로써 규정하는 것을 반기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여성성이 강했다. .. 2016. 9. 13.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댈 : 한국 고유의 ‘인’과 ‘덕’은 지금 시대와 부합할 수 있을까. 2015-10-28 우리에게는 아직도 강력한 이상주의가 필요하다. 그것은 소비사회에 적합한 시민이 되기 위한 시민의식을 되찾아주는 이상주의다. 책의 양이 많고, 또 어려운 내용을 다뤄서 읽는 데에 오래 걸렸다. 내용 이해도 어려웠지만, 인용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데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말을 했는지 사전 지식이 없으니 더 힘들었다. 그래도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어렴풋이 알 것같다. 지극히 ‘미국’이라는 나라 내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라 거리감도 느껴졌다. 동일 저자의 책에서보다 더 공공의 선, 또는 공공철학을 주장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한국 사회에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미국은 전체 역사가 짧지만, (현대)민주주의의 역사는 가장 오래 되었다. 토론이 자리 잡혀있는 사회에서나 가능할 이야기처.. 2016. 9. 13.
<은교> 박범신 : 관능적인, 그의 맥박. “할아부지와 선생님, 서로가 너무 많이 사랑했다는 거예요. 절 사랑한 게 아니에요. 두 분하고 함께 있을 때마다 버림받은 기분은 제가 가져야 했다구요. 진짜루요.” 기대치 부합 95% 먼저 ‘은교’는 영화로 먼저 접했지만 영화는 지금도 보지 않았다. 박해일이 할아버지 분장을 한다고 해서 '오 흥미로운데?' 라며 눈여겨 봤었다. 더불어 김고은의 캐스팅으로 상당히 주목받았기에 알고 있었다. 주변에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충격적이다’ 라는 말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알라딘을 구경하다 운 좋게 상태가 좋은 책을 발견해서 곧바로 구입을 했다. 책 표지가 보라색인 것도 큰 몫을 했지. 고전문학을 주로 읽던 시기였는데 비교적 최신의 한국 소설을 읽으니 그렇게 빨리 술술 잘 넘어갈 수가 없었다. 아마 정서가 잘 맞기.. 2016. 9. 13.
<강의: 나의 동양 고전 독법> 신영복 : 차분함속의 다부짐, 부드러움 속의 단단함. 2015-11-22 사상은 실천된 것만이 자기의 것입니다. (…) 사상의 존재 형식은 담론이 아니라 실천인 것입니다. 어려운 동양 고전을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순 없을 것 같다. 어렵다고 한 이유는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며, 나의 세대에서는 동양 철학보다는 서양 근대 사상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너무 쉽게 말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종 인터넷 강의나 철학 입문에 관련된 책을 보면 너무 쉽게 쓰려고 노력한 탓에 너무 익숙한 비유에 휘말려 본래의 개념과는 다르게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는 돌아가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 공자의 유가사상에서부터 노자의 노장사상,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사상, 그리고 불교와 신유학을 조금 곁들인다. 전체적인 맥락.. 2016.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