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스테반 비알 : 디자인이 명사에서 형용사로, 형용사에서 동사로.

by Summer_bom 2016. 3. 12.

 

조금 안심이 됐다. 내 생각의 방향이 일반적으로 흘러가고 있구나, 라고.

작가가 처음부터 밝히고 있듯이, 디자인은 지금껏 정의되지 못하고 방랑의 신세를 면치못했다.
'빅터 파파넥'의 "디자인의 도덕"같은 제시는 디자인의 본질을 고찰하는 계기는 되었지만 학문으로서는 아니었다.

최근에서야 미학, 철학적인 접근이 늘어나면서 디자인이 정의되고 목적과 미래가 제시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에서 출발한 디자인이 산업시대에서 자기 정체성을 못찾고 있었던 듯하다.

이제껏 산업주의에서 대량생산의 자식으로 알고있던 디자인이 사회주의에서 태동됐다는 걸 처음 접하고 깜짝 놀랐다.

 

디자인은 이제 확실히 예술과 다르다. '상대의 욕구를 위한다'라는 점에서 가장 다르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디자인의 한 분야로써 떠올라있지만, 디자인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단어이다.

그리고 그 자체가 디자인임이 밝혀지고 있다. 이제 사용자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디자인은 그 태생에서부터 명분을 상실하는 것이다.
스테반 비알은 이를 '사회 디자인'이라고 하며 도덕을 요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용자는 소비의 주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결국 디자인은 자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혼란을 겪었었다. 자본과 도덕은 함께 할 수 없다는 편견에 갇혀서.

 

자기위안처럼 떠오르는 문구였다. 내가 자본을 택할 수 밖에 없듯, 디자인도 어쨌든 구조라는 틀에 살기 때문이다.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구조는 약간의 변화만 겪을 뿐, 패러다임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안에서 디자인의 본 목적에 부합하는 것은 무엇인지 최대한 고민하고 행동하는 몫이 나에게 주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디자인 존재 이유가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스테반 비알덕에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또 질문이 남게 된다. 디자인이 지켜야 한다는 그 '도덕'이란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아직도 강력한 이상주의가 필요하다. 그것은 소비사회에 적합한 시민이 되기 위한 시민의식을 되찾아주는 이상주의다. (p.142) -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아, 읽었던 책들이 이렇게 문장과 생각으로 연결되니 뿌듯하다- (뜬금)

사실 도덕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다. 하나 확실한 건 법률로 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이클 샌델도 살짝 '강력한 이상주의'라는 관념에 맡기기도 한다.

디자이너는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어야 하고, 이상주의를 가시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
가시화', 디자인이 부여받은 가장 최고의 무기로 말이다. 그래서 마스다 무네아키(지적자본론 작가)가 그랬나보다.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꿈꾸는 미래로 자시을 내던지고 그걸 현실화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이제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디자인은 시장외의 다른 곳에서 자신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 (...) 동시에 시장의 '위력'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 수단'이 없다. (p.58)

디자인은 항상 '사회 디자인'으로, '사회를 조각하는'작업을 하는 문명의 창조자인 것이다. (...) 바로 여기에 디자인의 도덕적 토대가 있다. (p.69)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틀을 개선하고, 또 다른 삶의 방식을 구성하며, 미래에 커다란 문제들에 대처하려고 한다. (...) 디자인의 진정한 목표. (p.69)

사용차원에서 '경험효과'는 인터페이스 차원에서 발생하는 '형태조화 효과'와 분리될 수 없다는, (p.72)

이 부가가치는 자본의 너머에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p.75)

자신의 고유한 욕구가 아니라 타인의 욕구를 토대로 작업한다. (...)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고, 이런 자격에서 타인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 "이유를 제기해야 한다." (p.80) 

디자이너는 우리의 존재를 앞으로 내던져야 한다. (...)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미래를 꿈꾸게 함으로써 (...) 디자인은 유토피아의 동인이 된다. (p.83)

"컴퓨터는 도구가 아니라 소재" (...) 소재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여 인간에게 적절한 형식과 용도를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 (p.105)

'혁신'이라는 명령에 그저 굴복하기만 하는 디자인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 (p. 116)

"소비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 욕구가 아렬하게 분출되고, (...) 생산과 소비사이의 대립이 깨지고 관계를 맺는 기술이 발휘도면서 이런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p. 120)

"그대의 행위가 지구위에서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의 영속성과 일치하도록 행동하라." - 책임의 원칙, 한나 요나스 (p.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