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시들로 구성된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 일상 일기처럼 간단하고 단순하게 제목도 없이 펼쳐져있다. 제목이 없는 게 오히려 틀이 없는 것 같아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

몇 개의 시들을 읽고선 굉장한 충격에 휩싸였다. ‘아 언어를 깨부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란 망치를 쾅 맞은 듯. 구어와 번역체에 익숙해져 있다는 핑계를 대기 부끄러워졌다. 내가 알던 언어의 폭이 겨우 그 정도였던 것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단어와 조사, 문장 구성을 사용해 기존에 빤해 보이고 재미없는 관념을 깨버리는 시인이 정말 멋져보였다. 새로운 시각을 ‘언어’로 제시할 수 있다는 신선한 충격. 백일장 대회나 시쓰기 대회때 마다 ‘있어보이려고’ 썼던 문장들이 있다. 가짜 투성이라 조잡하기 그지 없는 문장이었다. 반면에 고은 시인의 시는 어찌 그리 화려하면서도 담백한 지.

시인의 책을 여러권 읽고 소장하고 싶어졌다. 내 언어의 폭이 넓어지기를, 그래서 표현이 다양해지고 내 사고도 다양해지기를.

그보다 먼저 내 경험이 다양해져야 하지 않을까. 입으로, 몸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질 수록 난 표현 방법을 갈구하겠지. 생각해보면 언어의 폭보다는 경험의 폭이 더 좁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손에 시집 한 권 끼고 유유히 돌아 다니며 만끽하고 싶어라.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실컷 태양을 쳐다보다 소경이 되어버리고 싶은 때가 왜 없겠는가
그대를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였다
이웃을 사랑한다며
세상을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고 말았다
시궁창 미나리밭 밭머리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
오늘도 그런 하루 였단다 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