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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이거 맞아? 이렇게 계속 일해도 돼?

by Summer_bom 2023. 7. 2.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도둑을 담당하는 고양이



최근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추천하는 책이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이다. 제목 때문에 오해가 생길 것 같아 첫마디에 꼭 덧붙인다. “자기 계발서는 아니고”.

내 트위터 피드에 일주일째 요란법석이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비슷하게 알게 되었고 읽었을 때 너무 좋아서 이번에도 내 트위터 피드를 믿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 요한 하리의 에세이에 가깝고 그의 인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집요하게 파고든 챕터들로 나뉜다. 저자는 내 집중력이 큰 위기다,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개월간 디지털 디톡스를 하기 위해 아이슬란드의 블루라군으로 떠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메신저, SNS, 숏폼 등을 소비하게 되며 예전보다 더 산만해진 걸 확실하게 느낀다. 그에 대한 이야기일까, 했는데 그것보다 더 큰 주제를 다룬다. 인류 역사에서 할머니보다 어머니, 어머니보다 나의 세대에 걸쳐서 집중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 우리를 둘러싼 정보가 너무 많아졌고 모든 속도도 빨라졌고, 매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팽창과 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다. (…)
“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 요구하는 모든 것이 악화되고 있어요.”

요즘 트렌드라는 것이 너무 많아, 트렌드였는 지 알아채기도 전에 다 지나가버린다. 그런데 트렌드란 무엇인가. 킬링타임 속에서 내가 놓친 진짜 트렌드는 이것들은 모두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리고, 내 시간이 뺏겼다는 사실이 명백한 요즘의 트렌드다.
 



여름 퇴근 시간은 낙조 시간과 자주 맞아서 버스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유유히 떠도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일하느라 놓친 주말의 작은 먹거리를 계획하는 일 같은 것. 다가오는 주말 아침엔 비건 그로서리샵에서 이것저것 사봐야지, 하며 일상을 채우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계획들이다.
요즘은 쌓여있는 SNS 피드를 그냥 스크롤한다. 스몰토크를 위해 안부를 알기 위한 강박과 함께 의미 없이 피드를 소비하는 것이 피로를 푼다는 착각 하며 무한 스크롤한다.

몇 년 전에는 아침 일찍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보고 싶던 소소한 영화를 보고 출근하곤 했다. 커피를 내리는 여유까지 내 것이었다.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를 내렸고, 여름엔 아침 수영을 갔다. 지금은 침대에서 폰을 보다 시간에 임박해 겨우 몸을 일으켜 씻고 출근한다.
나도 모르는 새에 시간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 같았다. 넘쳐나고 빠르게 흘러가는 자극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소소한 것들을 떠나보냈다. 매일 도파민의 태풍 속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내 일상에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하는 시간을 잃은 것은 이미 자명했다. 여기서 더 해서 집중력을 무너뜨리는 것들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이 송두리째 다시 흔들거리게 되었다.


예전부터 생각했었고 한 번씩 주체할 수 없이 크게 이게 맞나,싶어서 머리가 멍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흐린 눈을 했다. 왜냐, 내가 잘 먹고사는 것이 큰 대의 같은 것보다 중요하니까.
하지만 최근에는 일하면서 몰입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잦아졌다. 근본적인 질문에 답이 안되었기에 의미 있는 몰입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의 사업 모델은 스크린타임이지, 우리의 일생이 아니에요.
솔직히 인정하자. 우리는 모두 설득 산업에 종사한다. 혁신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사람들이 하도록 설득하는 제품을 만든다. 우리는 이 사람들을 사용자라 칭한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모든 사용자가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 중독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는 그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다가올 미래를 경고하려고 더욱 섬뜩한 기술을 설계하면 디자이너들이 늘 이렇게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그거 정말 쿨한데요, 어떻게 만들 수 있어요?

 
애플이 이번에 내놓은 Vision Pro는 너무 쿨하고 아름다워서 설레었다. 드디어 미디어가 바뀌는 순간을 목격하게 되겠구나, 하며. 이런 식으로 테슬라의 로봇 옵티머스, ChatGPT 등 셀 수 없이 멋지고 놀라운 기술을 보며 어떻게 나도 경험해 보고 만들어볼 수 있을지 설레었다. 그런데 멋진 것이 늘 좋은 것일까? 좋다는 건 뭘까? 하는 질문을 떠올리지는 않았다.
나는 앱 서비스를 만드는 디자이너고, 사용자의 시간과 돈을 최대한 가져오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의 진짜 니즈는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서비스를 만드는 게 사람들이 각자 행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선 회사의 그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회사는 시장의 규모만을 말할 뿐이다.

신기술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새로운 규칙에 다라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매클루언은 정보가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방식이 정보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나는 무얼 만들고 있나, 그래서 개인의 인생에서 나아지는 건 무엇인가. 그때 답은 ‘없다’였다. 지금 답도 같다. 내일 없어져도 인생에 아무런 타격이 없으며 심지어 사라지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8시간씩 하는 일에 몰입이 될 리가 없다. 적당히 관성처럼 일이 되게 하는 것에만 보람을 느낄 뿐이다.

스트레스가 적고 안전한 상황에서 딴생각은 선물이자 기쁨, 창조적 힘이 될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고 위험한 상황에서 딴생각은 고통이 될 것이다.

 
제대로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 한강 위의 버스처럼 생각이 떠돌 수 있는 한적함이 필요하다. 내 경험과 생각들이 해체되고 합쳐지기를 반복하며 만들어내는 단단한 무언가. 그것이 아마 나를 움직이게 할 것이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요. 우리는 속도를 줄일 것이고, 휴식과 집중을 위한 공간을 더 많이 마련할 겁니다.

 

 
도둑맞은 집중력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집중하는 우리의 능력은 붕괴하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는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분야를 주도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을 만나기 위한 대장정을 떠났다. 그리고 그동안 이 주제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음을 발견했다.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흔히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대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집중력 문제가 현대 사회의 비만율의 증가와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정크푸드를 중심으로 한 식품 공급 체계와 생활 방식의 변화가 비만율 증가를 만든 것처럼, 집중력 위기의 광범위한 증가도 현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유행병과 같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인간의 주의력을 빼앗는 꼼수를 발견한 실리콘밸리의 반체제 인사, 강아지에게 ADHD를 진단한 수의사, 심각한 집중력 위기에 빠진 리우의 빈민가, 놀라운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집중력을 회복한 뉴질랜드의 한 회사까지 종횡무진한다. 그리고 이러한 광범위한 집중력 위기에 수면의 부족, 독서의 붕괴, 테크 기업들의 주의력 조종과 약탈 등 12가지 원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저자
요한 하리
출판
어크로스
출판일
2023.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