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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듯 가볍게> 김도인

by Summer_bom 2016. 10. 16.

 

재밌게 술술 읽었다.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내용도 있기도 했고, 내가 아는 사람이 책을 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제목처럼 거창하게 접근하면 이 책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같다. 가만히 앉아서 들숨과 날숨을 느끼라는 말부터, 예스맨이 되어보라는 말은 참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다.
 
나는 그 중에서 가볍게 살기 위해 첫 번째로 추천한 ‘예스맨 프로젝트’를 나름 실행중에 있다. 팟캐스트(지대넓얕)를 들었다면 잘 알겠지만 내가 간단히 이해하기로는, 나를 새로운 경험에 내던지는 것이다. 스스로 인생에 혹한기가 왔다며 잔뜩 웅크려 나만의 세계에서 벽을 세우고 있지 않고, 나가서 매서운 눈바람도 맞고 맹수도 만나보고 물고기도 잡아보는 거다.
 
인생의 전환점은 어느 순간 오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닥쳐오는 불행에 지레 겁먹고 움츠려들기 십상이다.
최근 내게도 혹한기가 왔었다. 난 내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제일 먼저 했다. 지금까진 어느 정도 버틸만한 힘듬이었기에 혼자서 꾸역꾸역 잘 참아왔지만 처음으로 감당할 수 없는 큰 시련이 왔다. 그때는 누군가라도 붙잡고 울지 않으면 안되었다. 혼자선 버틸수가 없으니. 친구들을 붙잡고 그렇게 무너져본 적은 처음이었다. 내 앞에도 긴 터널이 왔고 나는 그 긴긴 어둠을 꼭 지나가야만 했다.
 
 
상실하는 시간 속에서, 어떤 일에도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내 삶에 겨울이 찾아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p. 192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들이 있는데,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루를 일년처럼 고민을, 감정의 깊이를 느꼈기에 그만큼 힘들었기에 지나가는 것이니까. 그러고 나니 이제 좀 숨쉬어지고 가벼워지게 되었다. 혼자서 못버틸 줄 알았는데, 버틸줄 알게 되었다.
 
자신만의 시각에 함몰되지 않고 이방인처럼 스스로의 경험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p. 232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어왔던 게, 한동안 영화를 주구장창 보았던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더라. 인문학은 내 교양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내게 ‘객관성’을 주기에 의미가 있다고 크게 느꼈졌다.
내 감정에, 내 시각에 빠져 스스로 상처주고 자책하는 시간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평소같았으면 펼쳐 보지도 않았을 나를 위안하는 종류의 책인데, 우선 김도인의 책이라 집었고 헤집어진 내 감정을 스스로 감당하기 위해 펼쳐들었다.
처음 사는 인생에 처음 맞는 사회생활, 타지 생활, 그리고 혹한기. 처음이라 너무 낯설어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이 터널을 잘 지나고 나중에 만날 낯선 더 깊은 터널에서도 크게 허둥대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