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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by Summer_bom 2016. 10. 9.
 
인간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만든 존재이자 또한 의연하게 가스실로 들어가면서 입으로 주기도문이나 세마 이스라엘을 외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와 닮았다. 수용소에서 인간이 아닌 나락같은 삶을 사는 동안 했던 생각, 행동, 두려움에 대해 속속히 이야기하고 있다.
두 책 모두 읽으면서 힘들었다. 상상이 안되는 최악을 상상해야 했고, 도무지 풀리지 않는 궁금증때문에. '왜 살려고 할까'.

빅터 프랭클은 '로고테라피'와 연관지어 인간의 의지에 대해 말한다. 인간은 개가 될 수도, 성자가 될 수도 있다고. 본인의 선택이라고.
그는 인간을 분명 동물과는 다른 존재로 보고 있다. 직접 겪었던 체험과 치료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능은 '성'과 연결되어 있고 무의식에 의해 움직인다는 프로이트의 근대 사상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가설들은 모두 재미있다. 정말 재미있다. 내가 모르는 나의 무의식이 있고 내가 하는 선택은 그 무의식에 의해 이루어 진다고. '성'본능을 모든 것의 이유로 설명하는 것도 재미있다.
빅터 프랭클은 프로이트의 가설에 반대한다. 인간은 그를 넘어선 존재라는 것이다.

그는 현대의 허무주의에도 반기를 든다. '존재의 이유'라는 인류의 오래된 사색을 덧붙이면서. 인간은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죽음의 웃도는 수용소에서 보았던, 본인이 느꼈던 존재의 가치를 말하면서 말이다. 그 어느 이론보다 생생한 이론이라 설득력이 있다.

그가 주장하는 '로고테라피'는 단순하다. 고차원적인 철학이야기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들을 덧붙인 이론도 아니다. 삶에서,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을 말하고 있다. 요즘 가볍게 읽고 있는 김도인의 <숨쉬듯 가볍게>란 책과 맞닿아 있는 면이 있다. 고통과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루하루 살아가게 되면서 다가오는 고통들은 어릴 때 느꼈던 아픔보다 크다. 생각보다. 그런데 이겨내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기에 허둥대기 바쁘다. 그럴 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성찰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필사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 p.12
“왜”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p.14
남은 것이라고는 오로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 중에서 가장 마지막 자유’인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뿐이다. p.14
그들은 자기만의 개인적인 공간, 혼자 있는 고독을 열망했다. p.110
그 결정이란 당신으로부터 당신의 자아와 내적인 자유를 빼앗아가겠다고 위협하는 저 부당한 권력에 복종할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를 판가름 하는 것이었다. p.137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p.138
삶을 의미있고 목적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p.139
시련과 죽음없이 인간의 삶은 완성될 수 없다. p.140
“인생이란 치과의사 앞에 있는 것과 같다. 그 앞에 앉을 때마다 최악의 통증이 곧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새 통증이 끝나 있는 것이다.” p.149
이렇게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p.150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p.152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p.158
왜냐하면 눈물은 그 사람이 엄청난 용기, 즉 시련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p.161
여기서 그가 환멸을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토록 자인해 보이는 운명 그 자체이다. p.183
하지만 인간은 그 자신의 이상과 가치를 위해 살 수 있는 존재이며, 심지어 그것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존재이다. p.190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마음의 평온을 가져오기보다는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p.198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있는 목표, 자유의지로 선택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p.199
오로지 책임감을 갖는 것을 통해서만 삶에 응답할 수 있다. p.207
삶의 의미는 인간의 내면이나 그의 정신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p.210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실존철학자들이 가르친 대로 삶의 무의미함을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절대적인 의미를 합리적으로 터득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p.225
인간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그리고 다음 순간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항상 판단을 내리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p.243
그런 사람들은 불행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불행하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p.264
삶의 순간들을 구성하고 있는 각가의 시간들이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으며, 지나간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p.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