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984> 조지 오웰 : 정치가 개인의 자유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

by Summer_bom 2016. 9. 13.

 

위대하신 ‘빅 브라더’!! 종종 사회, 정치 분야에서 자주 인용되는 인물은 <1984>에서 등장한 절대적인 존재이다. 모든걸 감시하고, 모든걸 알고 있다. 당신의 이데올로기까지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잘 읽히지가 않아서 고생했는데..(동물에는 큰 관심이 없음ㅋ;) <1984>는 꽤 분량이 됨에도 불구하고
이틀만에 후루룩 읽어버렸다. 흥미로움 그 자체. 소설 속 ‘빅 브라더’는 내 기대치를 뛰어넘는다. 두렵다.

주인공은 윈스턴. 부조리를 이야기하는 소설에 한결같이 등장하는 ‘정의’를 이성적으로 고찰하는 주인공이다.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1984>는 인물성을 부각하기보다는 사상의 전개, 그리고 그 사상을 가진 사회의 전개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소설의 배경 사상은 ‘전체주의’ 또는 파시스트.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을 지켜보면서 난 민주주의에 감사하게 되었다. 사회주의는 경험한 바 없어서 모르겠다.. 실제로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를 찬미했다고 한다.
한 인물의 비중은 적지만, 그 인물은 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우리들 중 누군가이다. 오브라이언도 그렇고, 또 위대하신 ‘빅 브라더(Big Brother)’도 그렇다.

그저 소설이 아니다. 긴 분량을 차지하는 ‘골드스타인’의 ‘그 책’이 따로 나온다면 꼭 읽어 보고 싶다. ‘전쟁은 평화, 무식은 힘’이라고 외치는 빅브라더의 지배 아래에 있지 않아도, 나는 언제나 무언가의 지배 아래 있다. 난 굴복되지 않고 자신에게 최고의 ‘정의’를 찾을 수 있을까?
한 번 더 읽으면서 생각해보고 싶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면서 빌려주고 싶은 책.

얼마 전 애덤스미스를 강의하신 박세일 교수님께서 그런 말을 하셨다. 민주주의는 유리병과 같다고. 어떻게 다루느냐,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무너질 수도 있다고. 사실 그건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큰 고민거리이기도 한 듯하다. 정치, 사회적 사상과 그리고 시민의 자유. <1984>는 전체주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고민거리가 아니다.
정치와 그 철학을 고민하는 것이 굉장히 오지랖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개인의 자유는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 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소재의 신선함은 많지 않지만, 전체주의를 이렇게 소설에서 극단적으로 완결지은 책은 <1984>뿐일 듯하다. 엔딩이란 것도 없이 끝까지 나를 이데올로기 안에 가둬버린다.
단면적으로 정치, 사회, 철학을 접하고 있었는데, 소설로 접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 점화장치가 됐달까.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소재를 소설로 접해서 좋은 경험이었다. 

 


필사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 꼼짝할 수 없는 무력감이 밀어닥쳤다. 무엇보다도 올해가 1984년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p.14)

어쩌면 얼굴에 쓰여 있는 것은 이단이 아니라 단순한 지성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자기 주위의 사람들과 한덩이가 되어, 골드스타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모두 진실로 느껴졌다. 

때때로 인간은 자기 임의로 증오의 대상을 이리저리 바꿀 수 있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그들은 1, 2초 동안 애매한 시선을 주고받았으며, 그것이 이야기의 끝이었다. 그러나 폐쇄된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기억해둘 만한 사건이었다. 

그가 종이에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것을 ‘사상죄’라 불렀다. (p.28)

“말을 없애버린다는 건 멋진 일이야. 물론 제일 쓰레기 같은 건 동사와 형용사 들이지만, 없애버려야 할 명사도 수백 개나 된다네.” (p.67)

”언어가 완수될 때 혁명은 완수될 걸세. 늦어도 2050년까지 우리가 지금 나누는 대화를 알아들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 있을 것 같은가?” 

의심의 여지 없이 사임은 증발될 거라고 윈스턴은 또 생각했다.

“우리는 어둠이 없는 곳에서 만날 것입니다.”

(…) 그는 입 밖에 내지 않아야 좋을 것을 지껄여대고, 책을 너무 많이 읽고, 미술가와 음악가들의 단골집인 ‘밤나무 카페’에 자주 들렀다. (p.72)
“난 순결을 증오하고 선을 증오해요. 미덕이라는 건 모조리 바라지 않소. 모든 사람이 아주 썩을 대로 썩어봤으면 좋겠소.”(p.158)

어떤 인간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동물적인 본능, 상대를 가리지 않는 단순한 욕망, 그것이야말로 당을 박살낼 힘이 되는 것이었다.

“이번엔 무엇을 위해 건배할까?”
“과거를 위해서요." 

그는 “온전한 정신이란 통계로 결정되는 게 아니지”라고, 마치 이 말 속에 깊은 지혜가 담겨 있는 듯한 기분으로 중얼거리며 잠들어버렸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우리는 뜨뜻미지근한 복종이나 아주 비겁한 굴복 따위로 만족하지 않아. 결국 자네가 우리한테 굴복한다 해도 자네 자유 의지로 하지 않으면 안 돼.” (p.312)

대개 인간들은 약하고 비겁한 동물이어서 자유를 감당할 힘도 없고, 진리를 바로 볼 힘도 없기 때문에 자신들보다 더 강한 자들에게 지배받고 조직적으로 기만당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유와 행복 가운데 어느 하나를 골라잡아야 하는데, 대다수의 인간들에게는 행복이 더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