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시우드 부인은 지원이 불가능 했고,
그들은 1년에 350파운드로 안락할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만큼 정신없이 사랑에 빠진 상태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이 문구를 읽으며 피식- 했다. <오만과 편견>에서도 그랬고, <이성과 감성>에서도 자주 제인 오스틴의 유머에 감탄하고 진심으로 즐거웠다. ‘이성’을 담당한 엘리너의 사랑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한 문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는 진심을 다해 에드워드를 사랑하지만 정신없이 불타지는 않는다. ‘감성’적인 동생 메리앤이 보기엔 그것이 사랑이라 부르기엔 모자라는 것이었다. 흔들리는 나뭇잎에도 가슴이 아리는 것이 그녀의 사랑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엘리너의 방식에 가깝다. 감정은 늘 끓지 않는 정도가 가장 좋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이 본인을 ‘위험한’ 감정에게서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사소한 일이 아님을 안다. 이는 마음의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사랑의 양을 본인에게 더 많이 할애한다고나 할까- 메리앤은 그런 언니가 이해가지 않는다. 에드워드에게 배신을 당했고, 갈 곳 잃은 사랑의 방향을 어떻게 분출하지 않고 감내한다는 것인가! 아니, 애초에 사랑에 감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반면에 엘리앤은 스스로가 감내할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연이라는 상태를 확고히,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겉으로는 솔직하지 못하다는 핀잔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아니야, 그렇지 않을꺼야’라고 합리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솔직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녀가 사랑이란 걸 제대로 모른다고 누가 감히 얘기할 수 있는가? 사랑을 감정으로만 담는 사람이 있고, 이성의 껍질로 한번 더 덮는 사람도 있다. 

 

500쪽에 이르는 장편 소설임에도 단 한 순간도 지겹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자꾸 펼쳐보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아껴보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결국 금방 다 읽고 말았어.. 바로 전에 읽은<죄와 벌>과 마찬가지로 모든 문장이 즐거웠다. 도스토옙스키는 짐승같은 야성으로 눈빛을 반짝이는 데에 비해, 제인 오스틴은 차분히 그러나 누구보다 솔직하게 눈짓을 한다. <이성과 감성>을 읽으면서 인물들 시선에 대한 표현이 풍부하다고 계속 생각했다. 읽으면서 인물의 눈빛을 모방해본 적도 많았다. 누가 봤다면 분명 우스웠을 것이야..

제인 오스틴의 예민함이 참 부러웠다. 모든 대단한 소설가들은 예민하다고 생각하지만, 제인 오스틴은 예민함을 예민하게 숨기는 데에도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자주 생각난 인물은 재미있게 보는 웹툰 ‘치즈인더트랩’ 의 홍설..? 잘 숨긴다고 해서, 위선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누구보다 더 본인의 감정을 숨김없이 받아들이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또 곱씹으며 상대방에게 하는 말의 의미에 그 감정을 조심스럽게 담는다. 그런 점은 참 지혜로워보이기도 했지만,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인물은 못되지만, 곁에 두고 싶은 동경의 인물.

 

메리앤은 격정적이던 사랑이 꺼져가는 모습을 보며 몸부림쳤다. 일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마음을 주고 다시 그 마음이 제대로 되돌아 오기도 전에, 떠나가버렸다. 그녀는 그것을 감당하기엔 본인 스스로 버틸 자생력이 없었다. 이미 다 줘버렸기에. 그래서 그렇게 육체가 버티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었던 것이 아닐까. 마음이 먼저 이겨내고, 그 다음 육체가 자생력을 가질 시간이 필요했다. 소설의 말미에서 메리앤은 많이 달라져있다. 상대를 사랑하는 법만 알던 그녀는 본인을 사랑하는 과정을 보내고 있었다. 메리앤의 언니로 몰입이 되어, 마음이 벅차던 순간이었다. 하마터면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덤덤히 자신의 첫사랑을 보내려는 의연한 모습에서, 그녀의 돌이킬 수 없는 순순한 감성도 함께 보낸 것은 아닐까, 슬퍼졌기 때문이다.

근대에, 인간이 신을 보내고 이성을 가지던 순간에 느꼈을 감정과 비슷할까.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을 잃는다는 것,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 것일까. 단순히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지만, 분명 더 편해지기는 할 듯하다. 어쨌든 나의 미래를 지배할 진보라고 믿게 될 터이니.

 

 

책에 대해 아는 정보는 없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재밋게 읽었었다는 것과, 펭귄클래식의 표지가 너무 너무X3 예쁘다는 것말고는. 어쩜 좋지.. 사랑스러울 정도야. 펭귄 클래식의 다른 책들은 1만원을 넘는 경우가 잘 없는데, 이 표지는 잘 없어서 그런지 비쌌다. 내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읽을 수 있었더라면 펭귄 클래식의 이 표지 버전을 다 구입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