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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 : 자유는 ‘자연인’의 본성이다.

by Summer_bom 2016. 9. 13.

<자유론>을 사면서 루소의 책도 같이 구매했다. 철학보다는 ‘사상’적 설파에 가깝다고 느꼈다. 말장난같지만, 읽다 보면 느끼게 된다. 인간에 대한 거대담론을 본인의 철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면서, 정치적 사상과 연관시킨다. 그래서 좀 더 실용적인 사상서같은 느낌.

처음엔 조금 의아했다. 1장에서는 제목 그대로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역사속으로 거슬러간다.까마득한 ‘자연 그대로’까지 간다. 순전히 상상력만을 이용해서. 놀랐던 것은, 그냥 마구잡이의 상상이 아니라 논리정연한 사색이라는 것이다. 깊은 관찰과 안목을 갖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관점을 함께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내용보다도 이런 접근방식에서 많이 매력을 느꼈다. 사실 내용에서는 상황, 배경이 와닿지 않아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그냥 문장으로서만 읽고 넘어갔다. 그림이 그려져야 이해를 했다고 할 수 있는데, 문장으로 와닿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배경지식이 더 필요하리라 생각되었다.

 

읽고 큰 감명을 받지는 않아서 추천 욕구까지는 들지 않는다. 다만 인간 사회에서 불평등이 야기되고부터 그에 대한 고심이 깊었고, 그리고 과거와 더 가까운 과거에서 고심한 ‘불평등의 원인’이란 무엇인지 엿볼 수 있었다.

루소는 철저히 자연과 사회를 분리한다. 기독교적 발상인 것 같다가도, 도가 철학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연으로의 회귀를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젠 소유’의 개념이 생겨났고, 더이상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도 한다. 난 이 부분에서 그에게 신뢰를 느꼈다. 오히려 ‘자연으로 돌아가자’라고 말했다면, 그의 이야기들을 뜬구름잡는 이야기들로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구분한다. 이제 사회적 인간으로서 우리는 일단 지금을 받아들여야 하지만,예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의 본능은 ‘자연’스럽기 그지 없으며 당연하다는 것을 납득시킨다. 그래서 위안이 되면서도, 그런 상태를 ‘미개인’으로만 표현을 해서 아쉽기도 했다. 그의 확고한 결론이니 어쩔 수 없지만. 

 

자연상태의 인간의 사유를 상상으로 이렇게 풀어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러나 그것이 전혀 상상화같은 영역이 아니라, 고심이 거듭된 사유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면 ‘그럴듯’ 했고, ‘그래야만’ 현재의 모습과 연관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1장에서 지루하지만 길게 나열된 ‘자연인'(또는 미개인)의 상태는 나의 사고의 폭을 넓혀주었다.

루소가 본인의 논리를 정리, 설득해나가는 방식이 정말 멋있고 부러웠다. 사실 지금 대학에서의 내놓는 논문들은 인용문 투성이다. 본인의 생각이 없으니, 적당~히 ‘이럴 것이다’라는 어렴풋한 생각만 가진 채 이를 살 찌우기위해 대단한 인물들의 주장을 무분별하게 짜집기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물론 좋은 논문들도 정말 많다. 나의 무식 발언일수도..;;).

현재의 불평등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과거의 불평등의 구조. ‘소유’의 개념이 오랜 시간 걸음하며 쌓여왔듯이, ‘불평등’도 오랜 시간 쌓여온 문명의 산물이다. 요즘에는 급작스럽게 많은 평등과 자유가 주장되면서 좀 혼란스럽다. 노예제가 폐지되었고, 여성의 참정권이 주어졌으며, 또 21세기 미국에서 동성애가 허용되었다. 이제는 또 다른 담론이 필요해 보인다. 자유는 도대체 어디까지이며, 모든 것이 자유로워지고 평등해지는 것이라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는 것인지.

 

 

 


 

 

왜냐하면 거인과 난쟁이가 같은 길로 걸어갈 때 그들이 걷는 발걸음 수만큼 거인에게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p.74)

(…) 예속의 끝은 인간들의 상호의존과 그들을 결합하는 상호필요에서만 형성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상황에 두지 않는 한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 (p.76) 

(…) 인류의 종을 망가뜨리면서 인간 이성을 발전시키고, 사회를 이루어 살게 함으로써 인간을 약하게 만들며 (…) (p.76)

그리하여 인간이 자신에게 던지는 최초의 시선은 최초의 자존심을 낳았다. (p.81)
 사람들은 서로 만남으로써 이제는 만나지 않고 살아갈 수 없게 된다. (p.85)
“소유가 없는 곳에는 부정이 있을 수 없기”때문이다. (p.87)
그 모든 해악은 소유가 낳은 첫 번째 결과이며 막 생겨나는 불평등의 불가분 동반자다. (p.93)
모두가, 자신의 자유를 보장받는다고 믿고는 자신의 족쇄를 향해 내달렸다.(p.97)
 그처럼 야만인은 평화로운 예속상태보다는 격동적인 자유를 택한다. (p.102)
 그런데 삶을 살만한 가치가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 재산, 즉 자유가 없으면 목숨조차도 짐이 된다. (p.105)
 약자들의 저항이 반란을 일으키는 불평쯤으로 치부당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p.113)
오직 힘만이 그를 유지시켜 주었으니, 오직 힘만이 그를 쓰러뜨린다. 만사는 그처럼 자연의 질서에 따라 이루어진다. (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