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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라디오에 내 사연이 나왔다

by Summer_bom 2023. 12. 13.

12월 3일에 우지원님의 <Olide but Goodie> 마포 FM에 보냈던 사연이 12월 12일자 화요일 방송에서 읽혀졌다.

https://open.spotify.com/episode/74gF9Z8Cr0fpMZyLT7xZEn?si=p4_VQw0eQ2KNRYq9pE4fjQ

OBG Ep 21. 사랑이라는 이유로 : 이제 제 라디오를 듣지 마셔요

Listen to this episode from 우지원의 Oldie but Goodie on Spotify. 외로움의 산물들아 정신차려라 - 외로움 얼리어답터가 <231212 선곡표> Intro : Anomalie, Mael - leiria 백현진 - 목구멍 신해철 -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open.spotify.com


한 달 뒤에나 본다는 얘기를 들어서 한참 뒤에 나오거나, 안나올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그녀의 어제자 라디오 제목 <Ep21. 이제 제 라디오 듣지 마셔요>를 보고 아, 이거 내 얘기다 싶었다.
침대에 두 고양이들과 나란히 누워서 백현진의 목구멍도 듣고, 신해철의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를 듣고 난 뒤에 내 사연이 흘러 나왔다. 두근두근.
내가 2주 전에 저런 말을 썼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나의 글이지만 그녀의 목소리와 온도로 읽으니 또 다르게 느껴졌다.
들으며, 또 울었다.
내가 나를 알아주고, 또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고, 그게 세상에 다 얘기가 되어서 세상이 나를 알아주는 것 같은 따스함때문에.
그녀는 외로움을 잘 이기는 방법으로 '아침을 잘 보내기'를 추천해주었는데, 정말 맞는 말이야. 별 의미없는 자극적인 SNS나 커뮤니티 글을 보면 그 날 하루 내 기분을 망쳤다. 내가 아주 건강할 때는 어떤 것도 큰 자극이 안되었지만, 감정에 예민할 때는 조심해야한다. 그녀가 아침에 들으면 좋을 곡으로 Ichiko Aoba - Parfum d'etoiles을 추천해주었다. 고요하고 맑다. 침묵과 고요는 다르다. 이제는 무서웠던 침묵을 고요함으로 잘 바꾸어 봐야지.
내 편지를 누군가가 나라고 유추하고 알까봐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데 알아봐 줬으면 하기도 하고. 나도 참 복잡한 나를 알 수가 없어~
사연 첨부.


안녕하세요. 해방촌에서 두 고양이 집에 얹혀사는 부지런한 집사입니다.
사연이라는 걸 처음 써봐서 어떤 걸 써야할 지 막연한데요. 저는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인데, 일요일 아침 <Ep 3 솔직한 척>을 들으며 혼자 또 일기를 쓰다가, 지원님께 편지를 써보고 싶어서 이렇게 보내요.
헤어지고 적막함을 채우려 스포티파이로 팟캐스트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우지원님의 라디오를 알게 됐어요. 며칠만에 연달아 7개를 들었네요.
라디오라는 건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채널같아요.
갑자기 사라진 누군가를 대체할 건 역시 사람 목소리더라구요. 지원님이 중간중간 던져주는 질문에 마음 속으로 대답하기도 하면서 그 통화하던 시간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손을 마주잡을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내가 좋아하는 걸 잔뜩 가진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이 참 좋네요. 쓸쓸한 마음이 끼어들지 않게끔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스피커 너머에 있는 지원님을 자주 상상해요. 아마 작은 스튜디오같은 곳에서 혼자서 이야기 하고, 음악을 틀었다가 질문과 대답을 하고, 그리고 여백을 두는 틈도 마련하구요. <Ep 14 추워질 때 하면 행복한 것들>에서 지원님이 막 우려낸 차를 쪼르르 따르고, 호로록 마시던 소리가 참 좋았어요. 그때는 제가 길에서 막 울음을 꽉 물고 있을 때였는데, 지원님 꼴깍 소리와 함께 울음도 같이 삼키게 되더라구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임수정 대사가 있어요. “내 주변을 침묵이 잡아먹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침묵에 길들여지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그래서 그녀는 믹서기도 돌리고, 청소기도 돌리고, 끊임없이 투덜대요.
저도 퇴근하며 우지원님 목소리를 틀고, 집에서는 저의 두 고양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조잘조잘 얘기해요. 침묵이 무서워서요. 틈을 주면 금새 외로움과 그리움이 잡아먹을 듯 밀려오니까요. 그래도 가끔은 내버려둡니다. 억지로 없는 척하면 꼭 탈이 나더라구요.
아이러니하게도 지원님의 라디오를 제가 매일매일 듣지 않을 날이 어서 오면 좋겠어요. 침묵이 괜찮아질 날이 어서 오길 바라요.
헤어지고 늘 침울하지 않고 생기있게 잘 지내고 있지만, 오늘은 저의 내려앉은 마음을 용기내서 이렇게 남에게 편지를 써보는 날이라, 침울함이 잔뜩 묻어나네요.
이 시기를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원님이 쓰던 편지를 항상 듣다가, 저도 답장 하듯이 제 이야기를 보내요. 지원님이 언젠가 읽어주신다면 가라앉은 마음이 폴폴 날아가서 가벼워질 것 같아요.
신청곡은 신촌 블루스의 “아쉬움”입니다.
https://youtu.be/gO0YIru2ca8?si=hHmrFBmo3a81tj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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