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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얼마나 더 많은 감정이

by Summer_bom 2023. 12. 1.

 
헤어진 지 2주째다. 깨어서부터 자기 전까지 헤어진 걸 감각하면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눈을 떠서, 출근하면서, 일을 하는 도중, 운동을 가고 돌아오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잠들기 전까지.
잊어야지,라고 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뇌라고 했다. 이런 생각도 안들 때가 비로소 다 지나간 뒤일 것이다.
1여 년간 가장 가까이 지낸 사람이 떠났다. 내가 끝을 내자고 말했지만, 그 사람이 이 관계를 먼저 놓은 것이다.


몇 번의 이별을 해왔다. 평균 2~3달이 지나면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그 기간이 좀 괴롭지만.
그 기간 동안은 감정이 요동치고, 나는 그 파도에 어김없이 휩쓸려 화가 났다가, 슬펐다가, 외로워졌다가 한다.


오늘은 미운 감정이다.
나는 네가 익숙하게 좋고 보고 싶은데, 그런 마음을 전달하면 안 되는 관계로 만들어버린 네가 너무 밉다. 너는 절절하게 매달렸지만, 그것도 소용없을 만큼 미워서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게 가장 밉다.
감정을 충실하게 겪어내고 나면 뭐가 찾아올까. 허무함, 찰나 같던 행복, 다시 또 용기가 생길까? 아마 다음번은 좀 어려워질 것 같다. 거창한 약속은 원하지 않는다. 상처 주지 않을 관계면 좋겠다. 내가 그 사람에게 온전히 필요하고, 그 필요를 그 사람이 너무 잘 알아서 다른 건 필요하지 않은 충분한 관계. 둘이 만나 하나라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의 귀중함을 몸소 아는 사람. 자신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이 나와 비슷한 사람.
미래에 이런 걸 그리다 보면 다시금 현재 내 감정과 마주친다. 지금 내가 힘들어서 찾는 어떤 안식처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포근한 곳에 뉘어서 가만히, 가만히 쓰다듬어주고 싶다. 마음이 힘들 테니 쉬라고. 감정의 파도도 타지 말고, 이겨내려고 하지도 말고, 잊으려고도 하지 말고.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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