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담

다시 달리기!

by readingcats 2023. 11. 21.

다시 달리기로 했다. 1여 년만이다.

연초 크게 접질렸던 발목도 여전히 아프고, 무릎도 건강하지는 않지만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다시 뛰어 보기로 했다. 겨울 찬 바람에 뛰니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가 맑아진다. 뛰고 10분 정도는 오들오들 떨다가 뛰는 감각에 익숙해지고 1~2km쯤 뛰다 보면 열이 오른다. 그러다가 내 의지가 아니라 발이 달리는 감각이 오는데, 그때부터는 잡념이 사라지고 개운함이 찾아온다. 방긋방긋 웃어주고 함께 뛰며 응원해 주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복잡하던 것들이 스치는 찬 바람에 다 부서진다. 뭣하러 그런 생각들에 나를 가두었을까. 건강한 쾌락, 지속가능한 도파민.

1년 만에 가도 여전히 웃으며 맞아주는 러닝 크루 사람들이 참 고맙다. 10기 때에 신청해서 꾸준히 하다, 이번 기수는 벌써 17기더라.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예전에 같이 시작했던 사람들은 꾸준히 하면서 마라톤도 몇 번 출전하고, 페이서도 하는 멋진 러너가 되어 있었다. 나는 대단한 러너는 아니지만 이 사람들과 이렇게 가끔씩 오래, 즐겁게 달리면 참 좋겠다 싶었다.

 

회사 근처에 '알렉산더커피'에 또 찾았다. 분위기도 좋고 커피 맛이 무엇보다 훌륭하다. 1년간 열심이었던 프로젝트가 끝이 난 주말을 막 보낸 월요일이었다. 허무하고 쓸쓸한 기운에 잠식되지 않으려 일부러 좀 떨어진 곳으로 밥집도 가고 커피도 마시러 갔다.

여전히 슬픈 마음이 있지만, 몇 번해봐서 안다. 힘든 것이 나를 통과할 때까지 나는 잠식되지 않기 위해 힘을 더 내야 한다. 그러다가도 털썩 힘이 나지 않을 때는 잠시 슬퍼하다가 다시 일어나면 되고. 이 기간 또한 충실하게, 열심히. 모든 시기를 성실히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마나 더 많은 감정이  (0) 2023.12.01
운동하는 나  (1) 2023.11.24
내가 이 삶에 와서  (0) 2023.11.19
똥강아지  (1) 2023.11.19
겨울의 이상과 의지  (0)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