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17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인간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만든 존재이자 또한 의연하게 가스실로 들어가면서 입으로 주기도문이나 세마 이스라엘을 외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헤르타 뮐러의 와 닮았다. 수용소에서 인간이 아닌 나락같은 삶을 사는 동안 했던 생각, 행동, 두려움에 대해 속속히 이야기하고 있다. 두 책 모두 읽으면서 힘들었다. 상상이 안되는 최악을 상상해야 했고, 도무지 풀리지 않는 궁금증때문에. '왜 살려고 할까'. 빅터 프랭클은 '로고테라피'와 연관지어 인간의 의지에 대해 말한다. 인간은 개가 될 수도, 성자가 될 수도 있다고. 본인의 선택이라고. 그는 인간을 분명 동물과는 다른 존재로 보고 있다. 직접 겪었던 체험과 치료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능은 '성'과 연결되어 있고 무의식에 의해 움직인다는 프로이트의 .. 2016. 10. 9.
<공각기동대>2013, 2014 팟캐스트 영화 특집을 듣다가 공각기공대가 보고싶어졌다. 채사장님이 진행한 편이었는데, 매트릭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말을 듣고서다. 우선 1, 2, 3을 한 번에 정주행해도 한 편 길이가 1시간이 되지 않아 부담없다. 그러나 어느새 덕후가 된 나를 발견(ㅋㅋㅋ).그런데 내가 본 건 2013년도 버전이었다.. 1995년도 버전을 봐야하는건데!! 이건 1995년도보다도 퀄이 못하다고 하니.. 그래도 난 액션씬에서 많이 놀랐다. 웬만한 액션영화수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시로 마사무네 원작의 애니메이션 . 1995년 세계에 공각기동대 마니아층을 탄생시킨 로 시작해, 후속편인 , 그리고 텔레비전용 첫 번째 시리즈인 와 후속편 , 마지막편인 까지, 공각기동대 시리즈는 심오한 철학적 배경을 토대로, 다가오는 '테크.. 2016. 10. 3.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제목부터 강렬하다. 영화제목 같아. 손석희가 진행하는 다큐라 더 귀에 쏙쏙 잘 박혔던 것같다. 그대는 아름다운 중년.. 이 다큐를 보니 올해 읽기로 마음먹었었던 ‘손자병법’이 생각났다. 왜 읽겠다고 했지..하아.. 거대 프레임을 만드는 전략과 맞받아치는 전략. 두뇌싸움보다는 시간싸움같은 정치.재미있음! 난 왓챠플레이로 봤는데 유툽에도 널렸으니 그냥 보면 될 듯. 2016. 10. 3.
<다가오는 것들>(2016) 리뷰 음악은 딱 3곡만 나오는데, 음악의 빈자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필요할 때만 흐른다. 혼자 이겨내기 버거운 사건들이 나탈리(주인공)에게 몇 번이고 닥친다. 그러나 나탈리에게 사건은 일상같다. 시간은 계속 흘러왔고 그 흐름에서 필연적인 이야기가 생겼을 뿐이라는 느낌. 어머니의 죽음, 변하는 사랑, 제자의 돌발. 주인공은 어느 것 하나 저항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처음부터 다가오는 것들을 알고 있었다는 듯, 이번 삶이 두번째라도 되는 것처럼. 정작 주인공은 이렇게나 담담한데 나는 그 담담함때문에 몇 번이고 왈칵 눈물이 났다. 나탈리가 50대인들, 그녀는 분명 처음겪은 이별처럼 아파했을 거라는 생각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익숙해지는 감정, 무뎌지는 이별이 과연 있을까. 우리는 모두 처음 사는 삶인데. .. 2016. 10. 3.
나의 좋은 습관: 필사 내 본격적인 필사의 역사는 21살때부터다. 그냥 책이 있는 장소가 좋아서 도서관에 자주 갔다. 가만히 앉아서 나는 무엇이든 끄적였었다. 제목이 좋은 책을 펼쳐서 좋은 문장을 적어보고, 예쁜 그림이 있으면 따라 그리고. 그렇게 나는 끄적이는 게 좋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 생각을 할 수 있고, 생각을 하면 무언가 끄적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좋은 구절이 많은 좋은 책을 많이 찼았다. 사실 글을 쓰는 건 피곤한 일이다. 많은 감정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혼자 글쓰면서 감정풀이를 하는 내게는 특히. 그래서 처음엔 필사만 했다. 좋은 감정을 준 문장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며 감정도, 생각도 정리해 나갔다. 종이책을 읽으면 꼭 필사를 하고, E-book으로는 밑줄을 표시한다. 그리고 전부 타이핑으로.. 2016. 10. 2.
‘여성적’ 단어 난 남녀의 역할과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가정에서 여성이라는 ‘성’에 구속받고 있지 않고 자랐다. 아니, ‘성’이 아니라 ‘편견’에. 단 한 번도 ‘여자는…’이라는 말을 한 적 없는 아버지와 신라 시대에 태어났다면 대장군이 되었을 어머니는 내가 나의 시대에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주셨다. 이런 말 하면 발끈하는 남성도 있겠지만, 버지니아 울프 의 한 문장에 격렬히 동감하는 바이다. ‘여성은 여전히 싸워야할 유령이 많고, 극복해야할 편견이 많습니다’ (p.166) 역설적이게도 내가 여성이란 틀을 신경 쓰지 않을 때, 오히려 저 문장이 떠오를 때가 많았다. 방심할 때 유령처럼 엄습하기 때문이다.난 잘살고 있는데 갑자기 자신의 편견을 요구하는 순간엔 아주 당황스럽다.‘어린 여자 주제에’라는 말.. 2016.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