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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Yourself and Yours , 2016) 홍상수 번개로 저녁과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니, 금요일 새벽 12:00. 이 불금을 마무리할 수 있는 건 역시 그것 뿐이라는 생각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리 영화를 예매해 둔 아트나인으로 달려갔다. '홍상수 영화는 역시 알딸딸한 기분으로 보는게 좋지 않아?'라는 추천이 생각나서 코로나 맥주를 한 잔 샀다.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테이크아웃 컵에 담아준 맥주를 빨대로 홀짝이며 맨뒷 줄만 찬 작은 영화관에 앉았다. 역시나 감독 본인이 직접 휘갈겨쓴 영화 제목, 음악도 역시 한 곡. 딱 드러나는 그의 일관된 스타일이 좋아서 베시시 웃음이 났다. 자기만의 고집이 있는 사람은 참 매력적이다. 맥주 한 잔에도 휘청이는 내가, 한 병을 다 마신 채로 의 엔딩크레딧까지 보았다. 그 기분이 좋았던 걸까. 한껏 뜨거워진 내 얼굴때.. 2016. 12. 4.
<숨쉬듯 가볍게> 김도인 재밌게 술술 읽었다.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내용도 있기도 했고, 내가 아는 사람이 책을 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제목처럼 거창하게 접근하면 이 책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같다. 가만히 앉아서 들숨과 날숨을 느끼라는 말부터, 예스맨이 되어보라는 말은 참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다. 나는 그 중에서 가볍게 살기 위해 첫 번째로 추천한 ‘예스맨 프로젝트’를 나름 실행중에 있다. 팟캐스트(지대넓얕)를 들었다면 잘 알겠지만 내가 간단히 이해하기로는, 나를 새로운 경험에 내던지는 것이다. 스스로 인생에 혹한기가 왔다며 잔뜩 웅크려 나만의 세계에서 벽을 세우고 있지 않고, 나가서 매서운 눈바람도 맞고 맹수도 만나보고 물고기도 잡아보는 거다. 인생의 전환점은 어느 순간 오는 게 아니라, 내가 그.. 2016. 10. 16.
<서칭포슈가맨> 말릭 벤젤룰 다큐멘터리 영화라 지루하게 느낄 수 있지만, 기승전결과 스토리구조를 완벽하게 갖추었다. 그래서 처음엔 다큐멘터리 컨셉인 줄 알았다. 주인공과 조연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 않지만 그 갈증은 OST로 말끔히 메꿔진다. 정말 실화일까 싶을 정도로 신기했던 로드리게즈의 이야기. 단순히 그의 천재성에 매달려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아서 좋았다. 그가 처했던 상황, 주변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신, 로드리게즈의 생각과 철학을 존중하여 이야기를 담아냈다. 삶으로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로드리게즈. ‘무엇’이라 규정짓는 건 제 3자들이 허세를 부리기 위해 덧붙인 것들뿐이다. 로드리게즈는 묵묵히 삶을 살아갈 뿐이지. 누군가 내 삶에 이름을 붙인다면 어떤 이름을 붙여줄까? 나는 누군가가 규정지을 수 있을.. 2016. 10. 16.
<클로저> 마이클 니콜스 보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랑이 이런건가? 변수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게 사랑이라니. 수많은 사랑 노래가 있고, 시가 있다. 또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문화가 있다. 그런데 이런게 고작? 중간에 멈칫 멈칫 기분이 나쁘다가, 그런데도 끝까지 보았다. 끝끝내 어떻게 그들이 살아가게 되는 지 궁금했다. 결국 영화 제목으로 연결되는 영화들이 있다. 제목이 한 수! 랄까. stranger에서 closer가 되고, closer에서 stranger가 되기까지를 담아낸 이야기. “아니, 넌 선택할 수 있었어” 라는 안나의 대사와 연애의 발견에서 한여름이 “예전엔 사랑이 감정의 문제라 생각했는데, 의지의 문제였어요”라는 대사가 연결되게 들렸다. 감정엔 분명 클라이막스가 있다. 클라이막스를 지나고, 상황이 .. 2016. 10. 9.
<우리 선희> 홍상수 아,그의 행실을 생각하면 침이라도 탁 밷어주고 싶지만, 작품이 죄 지은 건 아니잖아… 이 감정은 '내부자들'의 이병헌을 보며 느꼈던 것과 비슷한 분노. 잘하긴 하니까..쩝 홍상수, 홍상수 이름만 접했지 작품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최근 본 한예리 주연의 와 비슷한 톤을 가졌다는 지인의 이야기에 보게 되었다. 두 영화는 비슷한 점이 많다. 여주인공 1명과 관련된 3명의 남주인공이란 점이 우선 같다. 그 한 여성을 둘러싼 3명의 남성들이라는 프레임도 같다. 다른 점은 의 화자는 주로 여주인공이지만 의 화자는 주로 남주인공들이라는 점. 그래서 어쩌면 여주와 남주의 심리를 상호보안하면서 볼 수 있는 두 작품이라는 생각. 3명의 남성은 말한다. ‘선희는 용감하지’, ‘너도 선희를 제대로 아는 구나’. 선희는 처음.. 2016. 10. 9.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유명세에 비해 늦게 읽게 됐다. 그녀의 두번째 작 이 나오고도 한참 뒤에. 정말 재미있다. 왜 그렇게 유명한 지, 팬이 많은 지 읽으면 바로 알 수 있다. 마을 단위로 시작하고 끝이 나지만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편은 아니다. 그 집중도 있는 인물 해석덕분에 모두 하나하나 매력있다.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시간에 따라 사건을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주인공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성장소설임과 동시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 현실이란 '편견'이다. 왜 사람들은 사회라는 틀에서 사회가 부여해준 틀에 부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까? 라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이 어린 아이의 눈에서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인 것이다. 를 읽으면서 난 '성장'보다는 .. 2016.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