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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 책들. 구의 증명,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여름의 빌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두꺼운데 재밌게 읽었다. 소재도 글도 참 이미지적이고 극적이라 영화로 만들기에 좋겠다 생각을 했는데, 영화화 확정 기사만 있고 그 뒤로 진전 소식은 전혀 없었다. 여러 이유로 무산되었나보다. 그 시점에 영화화되었다면 좋았을텐데, 지금 다시 만들게 되면 아마 현 시대와 어울리기에는 여러 각색이 필요할 듯싶다. 가 생각날만큼 무척 서정적이나 지극히 남성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의 한국 버전같았다. 다른 점은 여자 주인공이 '지독히 못생겼다'는 점이고, 같은 점은 그런 섬세한 '뮤즈'인 여성을 통해 남성이 그리움이 사무치다 성장한다는 지점이다. 뭐 어떤가, 예전엔 그런 남성들의 서사가 참 불쾌했는데, 요즘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들은 참 지독히도 성장못했구나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 2024. 3. 25.
죽어가는 살아지는 삶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 p. 16 그리고 무섭지도 않고, 페테르가 말한다 그렇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하지만 에르나, 에르나도 거기 있나? 요한네스가 묻는다 자네가 사랑하는 건 거기 다 있다네, 사랑하지 않는 건 없고 말이야, 페테르가 말한다 ... p. 133 그리고 페테르와 그는 그 자신이면서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다르고, 하나이면서 정확히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 2023. 12. 29.
할머니에서부터 나에게까지, <끝내주는 인생> 이슬아 다음 이야기가 무엇인지 할머니도 나도 모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할머니의 백발과 나의 흑발이 동시에 살랑인다. (…) 나는 무대에 서서 수십갈래로 뻗어나가는 내 인생을 본다. 그 중 살아볼 수 있는 건 하나의 생뿐이다. p.29 우리는 더 이상 천둥번개에 울지 않는다. 우리를 울리는 건 다른 문제들이다. p. 90 찬바람이 불면 왠지 속이 깊어져야할 것만 같은데, 더 잠잖아지고 어른스러워져야 할 것만 같은데, 아마도 잘 되지 않을 것이다. p.101 자신의 안팎을 오로지 혼자서 가꿔온 사람도 있을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이제는 내 삶이 타인들의 시선에 대롱대롱 매달린다는 것을 어떤 유감도 없이 이해한다. p.137 우정은 서로에게 좋은 대명제를 주는 일. 돌아가면.. 2023. 10. 9.
<도둑맞은 집중력> 이거 맞아? 이렇게 계속 일해도 돼? 최근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추천하는 책이 있다. 이다. 제목 때문에 오해가 생길 것 같아 첫마디에 꼭 덧붙인다. “자기 계발서는 아니고”. 내 트위터 피드에 일주일째 요란법석이었다. 도 비슷하게 알게 되었고 읽었을 때 너무 좋아서 이번에도 내 트위터 피드를 믿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 요한 하리의 에세이에 가깝고 그의 인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집요하게 파고든 챕터들로 나뉜다. 저자는 내 집중력이 큰 위기다,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개월간 디지털 디톡스를 하기 위해 아이슬란드의 블루라군으로 떠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메신저, SNS, 숏폼 등을 소비하게 되며 예전보다 더 산만해진 걸 확실하게 느낀다. 그에 대한 이야기일까, 했는데 그것보다 더 큰 주제를 다룬다. 인류 역사에서 할머니보다 .. 2023. 7. 2.
실패했던 사랑의 최종본,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드 보통 알랭 드 보통 책은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사랑의 철학자라고 불리지만 정작 난 사랑이야기는 처음 접하게 된 거다. 오래전부터 베스트셀러였고, 좋은 후기가 많아 궁금했다. 막상 쉽게 읽히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았다. 사랑을 일차원적으로 보지 않는 시각에 놀랐다가 새삼 놀랄 것도 아니라며 웃었다가. 누구나 알거나, 느꼈거나 또는 아팠던 사랑에 대한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냈다. 그래, 이래서 사랑받고 있구나 싶었다. 처음 이야기는 우리가 낭만적이라 부르는, 그 시작으로 출발한다. 라비와 커스틴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바로 그 순간. 거기까지. 우리는 그 때를 ‘로맨틱한 날들이었지’라며 회상한다. 맞아, 너무 짧다. 그 시기는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데 이상하게.. 2017. 4. 1.
<숨쉬듯 가볍게> 김도인 재밌게 술술 읽었다.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내용도 있기도 했고, 내가 아는 사람이 책을 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제목처럼 거창하게 접근하면 이 책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같다. 가만히 앉아서 들숨과 날숨을 느끼라는 말부터, 예스맨이 되어보라는 말은 참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다. 나는 그 중에서 가볍게 살기 위해 첫 번째로 추천한 ‘예스맨 프로젝트’를 나름 실행중에 있다. 팟캐스트(지대넓얕)를 들었다면 잘 알겠지만 내가 간단히 이해하기로는, 나를 새로운 경험에 내던지는 것이다. 스스로 인생에 혹한기가 왔다며 잔뜩 웅크려 나만의 세계에서 벽을 세우고 있지 않고, 나가서 매서운 눈바람도 맞고 맹수도 만나보고 물고기도 잡아보는 거다. 인생의 전환점은 어느 순간 오는 게 아니라, 내가 그.. 2016.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