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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Yourself and Yours , 2016) 홍상수

by Summer_bom 2016. 12. 4.



번개로 저녁과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니, 금요일 새벽 12:00. 이 불금을 마무리할 수 있는 건 역시 그것 뿐이라는 생각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리 영화를 예매해 둔 아트나인으로 달려갔다.
'홍상수 영화는 역시 알딸딸한 기분으로 보는게 좋지 않아?'라는 추천이 생각나서 코로나 맥주를 한 잔 샀다.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테이크아웃 컵에 담아준 맥주를 빨대로 홀짝이며 맨뒷 줄만 찬 작은 영화관에 앉았다.
역시나 감독 본인이 직접 휘갈겨쓴 영화 제목, 음악도 역시 한 곡. 딱 드러나는 그의 일관된 스타일이 좋아서 베시시 웃음이 났다. 자기만의 고집이 있는 사람은 참 매력적이다.

맥주 한 잔에도 휘청이는 내가, 한 병을 다 마신 채로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의 엔딩크레딧까지 보았다. 그 기분이 좋았던 걸까. 한껏 뜨거워진 내 얼굴때문인지는 몰라도 영화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니 홍상수 영화가 따뜻하다니, 이게 무슨. 하지만 맨 정신인 지금 다시 떠올려보아도 분명 난 마음이 벅찼었다. 고마워서 나오려던 웃음을, 울음을 참았었다.

‘절 아세요?’
‘저 민정이 아닌데요.’
실제로 그녀는 민정이가 아닐 지도 모르고, 진짜 쌍둥이일지도 모르고, 허언증 또는 정신병일 지도 모른다. 이렇게 또 내가 그녀를 파악하려는 찰나에 그녀가 다시 묻는다. ‘저를 아세요?’. 아차, 싶었다.
그래, 우리가 서로 알아간다는 건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다. 나를 안다며 다가오는 사람, 우리 서로에게 약속을 하자는 사람, 너 그러면 안된다며 다그치는 사람. 그(극중 김주혁)는 그녀를 사랑했던 게 아니라 '자신이 그녀라고 믿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건 지독한 나르시시즘이며 오만이다. 내가 본 걸로 상대를 판단했고 그 판단에 갇힌 채로 사랑하고 있는 거다. 우리는 자주 그런 실수를 한다. 사랑에 빠진 자신의 행복에 도취되어, 당장 나의 큰 행복에 가려진 상대를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실수. 놓치는 것이다. 당신과 나 사이에 놓여진 감정에 휩쓸려 잊고 있던 당신 그대로를.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거예요’.
마침내 그가 그녀에게 하는 말. 그리고 그녀가 대답한다.
‘참 좋네요, 그런 말’, ‘우리 같이 수박먹어요’.
여기서 나는 참 따뜻했다. 나를 알기 위해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이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홍상수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