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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없음’의 상태 #첫 백수가 된 이유 백수가 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첫 직장이었고, 첫 퇴사였다. 이력서에 처음 적히는 나의 경력 한 줄이었다. 백수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단순했다. 매일 돌아오는 태양이 어제도, 그제도 있었던 태양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내일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의 반복일 뿐이라는 그런 생각. 회사를 다니면서 9개월 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늘 나의 욕구대로, 어느 정도 사회와 합의한 욕구 내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었다. 그렇다고 나는 무한 긍정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비판과 딴지의 아이콘이다. 지금도 여전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지금도 신분의 도장만 없을 뿐, 이 노예제에 몸서리치며 반대하는 사람이며, 나를 가두는 .. 2016. 9. 14.
글을 쓴다는 것 편지쓰기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편지를 써주는 것이 나의 특기라면 특기였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 다른 사람까지 즐겁게 해주니 그것은 특기라 부를 만했다. 연애를 할 때도 나의 주무기는 ‘편지쓰기’였다. 말로 하기 힘든 것을 건네는 방법으로는 최적이었다. 나에게 있어, 말로 하기 힘든 말이라면 ‘사랑한다’라던가 ‘서운하다’라는 별 것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손으로 꾹꾹 눌러서 쓰는 동안 나의 말과 감정은 정돈되었다. 그래서 난 주로 서운하거나 화가 나면 편지를 썼다. 솟아나는 감정의 발화를 정돈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주로 ‘화’나 ‘분노’의 감정같은 것이 해당되었다. 육체적으로 표현되고자 하는 그런 감정들의 다스림으로 편지는 사용되었다. 주로 그런 방식으로 감정을 글로 눌러왔다. 나에게 글쓰기란 그 정도.. 2016. 9. 14.
<1984> 조지 오웰 : 정치가 개인의 자유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 위대하신 ‘빅 브라더’!! 종종 사회, 정치 분야에서 자주 인용되는 인물은 에서 등장한 절대적인 존재이다. 모든걸 감시하고, 모든걸 알고 있다. 당신의 이데올로기까지도. 조지 오웰의 은 잘 읽히지가 않아서 고생했는데..(동물에는 큰 관심이 없음ㅋ;) 는 꽤 분량이 됨에도 불구하고 이틀만에 후루룩 읽어버렸다. 흥미로움 그 자체. 소설 속 ‘빅 브라더’는 내 기대치를 뛰어넘는다. 두렵다. 주인공은 윈스턴. 부조리를 이야기하는 소설에 한결같이 등장하는 ‘정의’를 이성적으로 고찰하는 주인공이다.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는 인물성을 부각하기보다는 사상의 전개, 그리고 그 사상을 가진 사회의 전개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소설의 배경 사상은 ‘전체주의’ 또는 파시스트.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을 지켜보면서 난 민주주의.. 2016. 9. 13.
<지대넓얕:현실너머편> 채사장 : 글 그대로 입문서, 강제로 읽지만 않는다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의 1편이 더 인기가 있다. 나는 2편부터 먼저 읽기로 했다. 사실 순서는 상관없다고 본다. 나의 관심사는 ‘철학’이나 ‘미학’ 등 말장난에 가까운‘현실너머’였기에 먼저 선택했다. 일단 난 매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 쉽게 잘 읽혔다. 그러나 내 주위에서 관심이 없는 사람의 경우엔 한 장을 넘기기 어려워하더라.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고, 강의나 다른 책으로 접했던 사람이라면 확실하게 흥미를 붙이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대학에서 교양으로 ‘철학 개론’이라는 과목이 있다면, 아마 이 책의 내용 대부분으로 초반부를 보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이 책이 교양에서 재미있는 선생님 같았다고나 할까. ‘상식’이라기에 과하고, ‘교양’이라기에도 현대인의 교양에선 좀 지나칠 수도.. 2016. 9. 13.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 경계가 희미해질 때, 고통을 정통으로 받아들일 때. 이 책이 라는 제목으로 나와서 베스트셀러가 됐을 때보다, 나는 이라는 제목에서 더 끌렸다. 특히 표지에서 이우환의 회화 작품이 쓰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은 한 장을 넘기기 전부터 나의 기대감을 이미 충족시켰다. 충족시켜 주었다기 보다는 내가 압도 당해버렸다. 일본 특유의 정서가 느껴지면서, 거창하지만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떠도는 영혼의 이야기같았다. 이미 친구에게도 추천 하고, 읽게 만들었다. 친구도 대만족. 특히 남자보다는 여자가 좀 더 쉽게 좋아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섬세하고 부서질 듯 여리며, 감정에 호소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성성을 약하게만 표현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부서질 듯 여린 감성은 치유와 극복으로 대체된다... 2016. 9. 13.
<투명사회> 한병철 : 내가 주장한 자유에 나는 오히려 구속되지 않았던가. 심지어 애착과 호감도 ‘좋아요’의 형식으로 세어진다. (…) 셀 수 없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p.165) 를 읽고 주저없이 그의 책을 모두 구입했다. 는 한국에서 발간 된 그의 책 중, 3번째 책이다. 아쉽게도 한병철은 강연은 잘 하지 않아서 이미지로써 그를 접하기는 어렵다. 그가 경계하는 ‘이미지’라서 일부러 출연을 꺼리는 것일까? 얇은 책이었지만 곱씹고, 메모하고 싶은 내용도 많아서 읽는데 오래 걸렸다. “투명성은 이데올로기다” 그가 초반부터 외친다. 그리고 그 이유와 현상에 대해 열거한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느끼는 현 시대에 대해 먼 관점에서 바라본다. 쉽게 읽히는 책은 분명히 아니지만, 자신이 우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겠지. 그들은 ‘하지.. 2016.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