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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설레임이란 점을 모아서

by Summer_bom 2016. 7. 25.

 

 

 

2016년을 시작할 올해는 설레게라는 소망을 품었었다. 지난 년을 되돌아보니 소망처럼 내게 설레였던 일이 있었다.

처음 경험했기 때문에 설레었던 일을 가지 끄집어내어 본다.

일회용인 인생에 행복 점들이 촘촘해지길 바라며.

 

 

 

 

 

수영장에서 동동.

 

6월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15분쯤 버스를 타면 있는 구립 수영장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서둘러 샤워하고 수영복을 갈아입으면서 문득 초등학생 1학년 이후로 처음 수경과 수모를 써본다는 알게 되었다. 수영할 날을 기다리며 준비물을 챙기던 전날들보다 처음 수모를 쓰는 순간, 설레임이 현실이 기분에 얼떨떨했다.

 

하나 둘 셋 넷, 물 속에서 준비 체조하는 사람들 사이로 부끄러워하며 서둘러 몸을 물속으로 풍덩 담갔다. 그때 처음 알게 된 사실, 나 물을 정말 좋아하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낯선 풍경과 어색함, 부끄러움이 다 잊혀져 베시시웃음이 나왔다. 내가 움직임에 따라 함께 찰랑거리는 물, 코를 뚫는 시원한 락스 냄새가 참 좋았다. 내가 수영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전혀 몰랐겠지.

이제 배운 지 막  달이 넘어 간다. 퇴근 후 서둘러 짐을 챙기고 나와 버스를 타고 수영장으로 가는 길, 첫 날 기분을 떠올려 본다. 어쩌면 조금 각색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좋다. 설레던 감정이 이젠 익숙함으로, 일상이 되며 삶의 행복의 점을 하나 더 만들었으니.

 

 

 

 

 

바다에서 읽기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구는 분지라 바다를 보는 건 언제나 좋았다. 그래서 ‘여행가자라는 말은바다 보러 가자 같은 말이었다. 이번 휴가 여행지도 바다가 있는 어딘가"로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다. 이번엔 강원도 강릉이었다. 처음가는 강원도. 강원도는 뚜벅이에겐 굉장히 불편한 점이 많은 곳이라 늘 먼발치에 있었다. 서울에서는 강원도로 가는 교통이 많아 이번 달에만 두 번이나 다녀올 수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경포대로 달렸다. 강도 아닌 바닷가에서 자전거라니, 바다 소리가 주는 고요함을 매일 들을 수 있는 곳이라니. 소나무 그늘이 만든 곳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소나무 사이로 돗자리를 폈다. 되도록 바다의 지평선이 보이는 방향으로. 거기서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바닷가에 돗자리펴고 누워서 가만히있기. 그게 내가 했던 일의 전부다. 초여름의 햇빛이 이렇게 뜨거웠었나, 처음 온 몸으로 마주 본 태양이 참 낯설었다. <이방인>의 뫼르소는 내리쬐는 태양 속에서 대체 어떤 것에 휩싸여 총방아쇠를 당겼던걸까.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던걸까. 시간에 종속되지 않으려 애쓰지만 결국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난, 내리쬐는 태양을 받으며 책을 잡는 것이 옥죄는 시간에게서 벗어날 길처럼 느껴졌다. 그 길에서 시계는 내려놓은 채 책 장을 계속 넘겼다.

책을 읽다가 잠깐씩 고개를 들어 앞에 보이는 파아란 지평선을 보면 바다가 내게 ' 여행자야', 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 이글거리는 해변가 아지랑이와 이따금씩 바다 위를 지나는 시원한 모터소리.  시간을 통째로 다 가진 기분. 시간은 모두 잊고 그 장소에서 나는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2주간 7편의 영화

 

요즘 책이 지겨워졌다. 아니 힘겨워졌다. 지금도 틈이 나면 책을 펼치긴 하지만 최근 시간 대신에 시간이 필요했는지, 아님 생각없이 듣고만 싶었던 것인지, 영화를 연달아 보았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환상의 >, <안경>, <카모메식당>, <봄날은 간다>, <본투비블루>, <경주>. 2주간 영화들이다. 이렇게 영화를 많이 몰아서 적은 처음이다.

 

슬로우 무비라고도 하고 독립영화라고도 한다지만 장르엔 관심 없다. 내가 영화를 보는 그걸 알고 싶어서가 아니니까. 책이 힘겨워진 데에는 어쩌면알아야 한다 강박에서 조금 벗어난 걸지도 모르겠다. 계속 무겁디 무거운 책만 읽어왔으니 덜어내고 싶었는 지도. 영화는 가만히 있어도 느끼기만 하면 되니까.

 

영화들은 내게 무언가 요구하지 않아서 좋았다. 감성에 젖어들라거나, 자신에게 공감해 달라며 공감을 갈구하지 않아서 가볍게 느껴졌다.

 

 

지금은 부담감을 덜고 그동안 쌓아 올리기 바빴던 내게 쉼이 되어 시기인가보다. 사실은 쌓아가야하는 것이 아직도 많다. 나를 옥죄던얻어가야만 2년간의 의무감이란 무게를 조금은 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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