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담

솔직함

by Summer_bom 2016. 7. 3.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을까. 아니, 숨어다닐 수 있을까. 발가벗겨지는 기분은 어떤걸까.

-

표현에 거침이 없는 성격을 '솔직하다'고 한다. 내게 모두들 그러는 것처럼. 내가 한없이 숨기는 데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또 반대로.

나 스스로도 솔직하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단호히 말하는 걸 방패로 삼아 속내를 숨기는 데에 익숙해져있다는 걸 알고 있다. 더 강하게 의견을 밀어붙여서 정말 자신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막는 일따위에.

그래서 사람과 깊은 관계에 보이는 것보다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또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내가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경계선을 넘으려는 순간, 그 상대와 거리를 두게 된다. 그때마다 더 철저한 고립으로, 개인주의를 선택해왔다. 마치 처음부터 난 이게 편했고, 당신은 내게 이 고립을 방해할 자격이 없다고 무언으로 외치는 것처럼. 그러면 대부분 상대방은 당황한다. 쾌활한 에너지가 넘쳐 보이고 많은 이야기를 해왔던 상대가 갑자기 연락과 만남이 뜸해지니까. 전보다 못한 어색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런 관계를 지속해온 내게 고립은 평화롭다. 정말 편한 건지, 편하다고 굳게 믿는 지는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솔직함이 없는 일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관계가 깊어지려는 낌새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무관심해지고 괜히 미워하게 되는 것도 긴장 관계를 끝내려는 상대방을 격렬히 거부하려는 의도겠지. 이런 불편함을 나만 견디지 못하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깊은 관계의 부재에 힘들다 말한다. 내가 모르는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이런 모습이 비정상이라고 주변에서 말하는 것 같아, 많이 우울하고 지쳐왔다. 10년을 넘게 지내온 친구에게도, 1년째 같이 살고 있는 친구와 깊이 지내지 않는 내 모습을 보고 틀렸다고 자꾸 말한다. 사람은 관계에서 행복한 동물이라며. 그런 내가 고독을 사랑하는 진짜 내 모습인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지 못하는 상대에게 나는 '틀렸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우울해 해야하는 걸까? 그 평가에 의기소침해진 나를 보면 난 내가 많이 안쓰러웠다. 솔직하게 말하라고,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혼자 보내는 고독한 시간을 정말로 사랑한다고, 내가 사랑하는 것에 행복해 하라고. 그렇게 말해주며 토닥이고 싶었다.

관계때문에 외로워지는 일보다 내가 사랑해온 일이 틀렸다고 지적받는 일이 내겐 더 괴로움으로 다가온다는 걸. 사람만큼 행복도 불행도 다양함을 더 믿었으면 한다. 날 사랑하지 않느 상대에게 지적받기 전까진 난 충분히 행복했음에  떳떳해지기를.

-

이렇게 솔직하게 속내를 하나 밝히며, 총총.

'사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 일 없음’의 상태  (0) 2016.09.14
글을 쓴다는 것  (0) 2016.09.14
설레임이란 점을 모아서  (0) 2016.07.25
수제잼과 바게트로 채워지는 아침.  (0) 2016.07.02
무거운 화두를 던지는 연극, 에쿠우스  (0) 201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