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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냄새가 서둘러 가셨다
readingcats
2024. 11. 8. 12:18
길고 긴 여름이었다.
나는 여름을 참 좋아하는데 올해 여름은 달갑지 않았다. 겨울에 종종 하던 생각이 올 여름에 떠올랐다. 참 지독하다고, 참 지겹다고.
여름이어서가 아니다. 더워서도 아니고. 내 건강이 좋지 않았다. 활기찬 여름을 보내기에 내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심했고, 술로 해결하려 했으나 즐거움은 잠시였다.
몸 곳곳이 아파져와서 치료하고 요양하느라 시간을 대부분 썼다. 몸이 아픈데 정신이 멀쩡할 리 없다. 이럴 때마다 다시금 깨닫는다. 몸이 먼저다. 정신력은 건강한 신체에서 온다.
건강하려면 스트레스가 적어야 한다. 내 스트레스는 대부분 회사의 불안정함때문이었다. 그래서 퇴사고자 했다. 회사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내게 부담되고 내 의욕을 잃게만 만들었다.
3년을 다닌 회사를 퇴사하겠다고 상사에게 뱉었고, 그 위의 상사와도 퇴사 면담을 진행했었다. 근데 나는 가을이 지나도 남아있다. 내 연봉을 인상하면서 다시 퇴사를 삼키게 되었다. 잔류하게 된 거지. 연봉 인상이 드라마틱하지도 않았다. 남은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에너지를 더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퇴사를 하고, 다시 불안해지고, 이직을 준비하고, 탈락을 하고. 겪어야할 여러 과정이 더 버겁게 느껴졌다. 나는 그 사이클을 타기보다는 다른 삶에 대한 갈망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직을 또 준비하는 게 그 다른 삶에 도움이 될거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삶. 내가 그걸 살아볼 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