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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하는 사랑 뇌는 사랑하는 사람을 ‘나’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되던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안쓰럽기도 하고 애잔해진다. 너도 참 너로 사느라 애쓰고 있구나, 너의 일부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너를 용서하는 것이 나를 용서하는 것이 되어 결국 내가 위로받는다. 이런 애틋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낭만적이라 생각하는, 아마 내가 하고 싶은 사랑의 모습에 가까운 것 같다. 잠든 너의 맨 발을 가만히 보다, 왠지 모르게 벅차올라 맺히는 마음 - 선우정아 추운 주말 느지막한 점심 이후, 소파에서 낮잠을 자는 그. 살짝 덮은 극세사 담요 밑으로 발이 보인다. 살짝 까슬한 뒤꿈치, 발가락 끝에 굳어버린 살, 잠결에 씰룩이는 발가락. 그걸 물끄러미 본다. 그의 지난한 인생, 고된 일주일, 견디어내.. 2023. 12. 3.
얼마나 더 많은 감정이 헤어진 지 2주째다. 깨어서부터 자기 전까지 헤어진 걸 감각하면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눈을 떠서, 출근하면서, 일을 하는 도중, 운동을 가고 돌아오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잠들기 전까지. 잊어야지,라고 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뇌라고 했다. 이런 생각도 안들 때가 비로소 다 지나간 뒤일 것이다. 1여 년간 가장 가까이 지낸 사람이 떠났다. 내가 끝을 내자고 말했지만, 그 사람이 이 관계를 먼저 놓은 것이다. 몇 번의 이별을 해왔다. 평균 2~3달이 지나면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그 기간이 좀 괴롭지만. 그 기간 동안은 감정이 요동치고, 나는 그 파도에 어김없이 휩쓸려 화가 났다가, 슬펐다가, 외로워졌다가 한다. 오늘은 미운 감정이다. 나는 네가 익숙하게 좋고 보고 싶은데, 그런 마음을 .. 2023. 12. 1.
<너와 나> 산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 1. 영화 내내 사랑이 아닌 것이 없었다. 빙수에서 떡을 더 먹었다고 이기적이라며 말다툼을 하는 친구들도, 국수를 이상하게 말아먹으며 툴툴거리는 엄마와 딸의 사이, 진식이라 이름 붙인 잃어버린 강아지를 주인에게 찾아주는 용기, 찾아온 강아지를 잘 왔다고 쓰다듬는 주인의 손길, 자기 전 딸과 장난 한 번 더 쳐보고 싶어서 침대로 찾아갔다 쫓겨나기 일쑤인 아빠. 언니의 방에서 매일 기다렸다가 언니가 드디어 부르면 삑-하고 대답하는 앵무새 조이. 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랑이 생각났다. 그것들 없이 살 수없고, 나도 그들을 살게 한다. 수많은 사랑들 사이에서 세미와 하은이는 첫사랑을 한다.나는 네가 너무 좋은데,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말은 서툰 사랑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터져 나오는 사랑스러운.. 2023. 11. 26.
운동하는 나 최근 일주일 간 요가 2회, 러닝 1회 운동을 했다. 오늘 저녁에도 또 러닝하러 간다. 남이 찍어주는 나는 흔치 않은데, 특히 운동할 때는 찍히면 좀 민망해질 경우가 많다. 그래도 애정을 담아 찍힌거라 마음에 드는 이번주 사진 3장. 2023. 11. 24.
다시 달리기! 다시 달리기로 했다. 1여 년만이다. 연초 크게 접질렸던 발목도 여전히 아프고, 무릎도 건강하지는 않지만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다시 뛰어 보기로 했다. 겨울 찬 바람에 뛰니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가 맑아진다. 뛰고 10분 정도는 오들오들 떨다가 뛰는 감각에 익숙해지고 1~2km쯤 뛰다 보면 열이 오른다. 그러다가 내 의지가 아니라 발이 달리는 감각이 오는데, 그때부터는 잡념이 사라지고 개운함이 찾아온다. 방긋방긋 웃어주고 함께 뛰며 응원해 주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복잡하던 것들이 스치는 찬 바람에 다 부서진다. 뭣하러 그런 생각들에 나를 가두었을까. 건강한 쾌락, 지속가능한 도파민. 1년 만에 가도 여전히 웃으며 맞아주는 러닝 크루 사람들이 참 고맙다. 10기 때에 신청해서 꾸준히 하다, 이번 기수는 벌써.. 2023. 11. 21.
내가 이 삶에 와서 삶이라는 그릇에 나라는 자아가 잠시 주어진다. 나는 나를 돌보고, 엄마와 아빠를 돌보고, 동생들을 돌보고, 고양이들도 돌본다. 직장 동료의 불안을 다독여주고, 친구들의 안위를 살피고, 연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얼마전 지영님과 통화를 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있을 시점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챙겨야지. 이 시간에만 할 수 있다. 내가 다시 여유가 사라지면, 다시 시야가 좁아질 시점에는 할 수 없다. 그땐 내가 마음 썼던 누군가가 나를 챙겨줄 거고, 내가 마음 놓고 기댈 수도 있을 것이다. 다정한 씨앗뿌리기라고 이름붙여야지. 많은 파도들에 휩쌓이다보니 오히려 단련된다. 그때는 파도가 나를 덮쳐 내가 사라져버릴 줄만 알았는데 지나고나니 나는 그정도로 약하지 않았고, 이렇게 잘 살.. 2023. 11. 19.